“한국교회 88선언은 통일의 청사진”… 2차 북·미회담 앞두고 재조명

통일신학과 정책·교회 역할 담아 1988년 NCCK 총회서 발표

“한국교회 88선언은 통일의 청사진”… 2차 북·미회담 앞두고 재조명 기사의 사진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라마다서울동대문호텔에서 열린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에서 88선언문 작성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민일보DB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1988년 발표했던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88선언은 민간 차원의 통일 논의가 전무했던 88년 2월 29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회에서 발표된 평화통일 선언이다. 군사정권 시절 나온 이 선언은 같은 해 7월 7일 노태우 대통령이 발표한 ‘민족자존과 번영을 위한 특별선언’을 비롯해 이후 정부의 통일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삼열 숭실대 명예교수는 12일 “어두웠던 시절이라 누구도 통일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앞장서 통일의 청사진을 그린 게 바로 88선언”이라면서 “이 일로 선언문 작성에 참여했던 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당시 88선언의 통일정책 분야 초안을 작성했다. 그는 “선언문에 담긴 내용은 이후 통일 논의를 위한 모판이 됐다”면서 “그만큼 구체적이고 원대한 비전을 담았고 통일신학 정책서로서 지금 봐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88선언은 통일신학 통일정책 교회역할 3부로 구성돼 있으며 자주·평화통일, 교류와 신뢰 원칙 등 7·4남북공동성명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인도주의와 민중의 참여 원칙을 추가했다. 한반도의 완전 비핵화와 군비축소, 남북이 주변 강대국들과 맺은 모든 군사조약 재검토 등의 내용도 담았다. 이런 전제 조건이 해결되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했다.

선언에는 “기독교가 분단 극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적대적인 감정을 심화시켰다”면서 “1948년 독일교회가 나치에 부역한 죄를 고백했듯 우리도 먼저 죄책을 고백하자”며 회개하는 대목도 나온다. 남북 모두 평화교육을 하자고 제안하며 해방 50년이 되는 1995년을 한반도 평화 통일의 희년으로 선포했다.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던 만큼 논란도 컸다.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던 김용복 한신대 석좌교수는 “NCCK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88선언으로 인해 회원 교단 내 갈등도 빚어졌다”며 “하지만 88선언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참고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을 정도로 탁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여전히 영구적 평화가 찾아오지 않은 한반도를 위해 교회가 민족자결을 통한 평화통일 원칙을 다시 선포해야 한다”며 ‘제2의 88선언’을 제안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