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누구도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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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등단한 이후 타인이나 관습에 매이지 않는 내면의 힘을 그려온 작가 임수현(43·사진)이 두 번째 소설집 ‘서울을 떠나지 않는 까닭’(문학수첩)을 냈다.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내면과 외면의 간극이 삶에서 갖는 의미를 묻는다.

소설 8편의 등장인물들은 주인공인 동시에 관찰자다. 그들에겐 사랑하는 이가 있다. 하지만 아무도 ‘사랑해’란 말을 하지 않는다. 화자는 다만 자신의 내면을 묘사하고 상대의 행동을 관찰한다. 고백하지 않는 사랑이다. ‘서울을 떠나지 않는 까닭’에서 ‘나’는 계호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리워하지만 고백도, 질투도 하지 않는다. 아스라한 무언가를 바라지만 이내 그 바람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나는 무언가 꿈을 꾸고 있는 내가 조금 근사하게 생각됐고, 그러자 곧 부끄러움을 느꼈고, 그러니까 나는 좀 복잡해졌다. 그런 걸 희망이라고 부르는 걸까.”(‘백일 년 동안 걸어, 나무’ 중) 왜 욕망을 부끄러워할까. 모든 것이 망가진 이후이기 때문이다. ‘쑥으로부터’의 배경은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다. ‘카바레’에서 주인공이 머무는 여관은 영영 아내가 돌아오지 않을 곳이다.

이 세계는 회복이 불가능한 세계다. 어떤 것도 희망할 수 없다. ‘지진 발생 시 행동 대처 요령’에서 ‘나’는 날 좋아하던 V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지하철의 미세한 진동을 느끼고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렇게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파동을 보낸다. 작가는 이 풍경 안에 우리 생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

임수현은 작가의 말에서 “겨우 혼자인 나를 돌보는 것도 벅찼던 문장들을 나는 ‘서울’이라고 부른다”며 “나는 눈치가 많은 사람이라 여전히 이 마을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 같고 바깥을 향한 마음은 서툴기만 하다”고 한다. 뿌리내리지 못한 채 서툰 마음으로 써 내려간 얘기들은 마음 둘 곳 없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듯하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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