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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친람 그만, 장관에 힘 실린다

文대통령 “적극행정 땐 면책” 독려… 행정편의주의 질타 상벌의지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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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얼굴) 대통령이 규제 샌드박스 시행에 맞춰 각 부처의 ‘적극 행정’에 대한 면책, ‘소극 행정’에 대한 문책이라는 상벌(賞罰)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12일 “이런 정도의 사업이나 제품조차 허용되지 않아 규제 샌드박스라는 특별한 제도가 필요했던 건지 안타까웠다”며 행정 편의주의를 비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서울시내 수소충전소 설치, 질병예측 유전자 검사 서비스 등 4건의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승인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상품 또는 서비스가 출시될 때 기존 규제를 유예하는 제도다. 그리고 이튿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적극 행정을 주문한 것이다. 무엇보다 일선 공무원의 안이한 대처가 규제 혁신의 장애물이라는 문제의식이 녹아 있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우리 기업이 수년 전에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 외국 기업이 먼저 제품을 출시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며 “정부는 국민과 기업이 삶과 경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문제 해결자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의 적극 행정 면책 제도에 이어 사전 컨설팅 제도를 도입한 점도 언급했다. 공무원들이 사후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을 것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행정업무에 나섰는데 이제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각 장관에게 소극 행정에 대한 문책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부처 차원에서 선제 조치가 있어야 적극 행정이 더욱 확산되고 정착될 수 있다”며 “각 부처 장관들은 적극 행정은 문책하지 않고 장려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소극 행정이나 부작위(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것) 행정을 문책한다는 점까지 분명히 해 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교통약자 지원 문제를 언급하며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추기 위해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이를 위해 개정해야 할 별도 규정이 너무 많다”며 “이렇게 한 건 한 건 해서 급변하는 사회 변화 속도를 어떻게 따라잡겠느냐”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당부는 그동안 복지부동하던 장관들에 대한 책임 행정 주문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정부’ 또는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일이 청와대에 집중된 상황에서 각 부처에 규제 혁신을 비롯한 고유 업무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지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달 대규모 개각을 단행할 예정인데, 각 부처의 기강 해이와 업무 태만에 대해 경고하는 성격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을 해소하는 것은 오랜 기간 갖고 있던 숙제”라며 “각 부처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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