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졸업했는데 회사마다 ‘경험자 우대’…폭망 ㅠㅠ 기사의 사진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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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불만대잔치(아불대)’는 20대가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상황들을 20대가 직접 발굴·선정·취재해 보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국민일보 취재대행소 왱과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지난해 8월부터 SNS 등을 통해 20대들이 겪는 불편과 불만들을 신청받았습니다. 223명이 그들이 겪고 있는 삶과 사회 제도적 문제점을 토로했고, 20대를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10개의 문제를 추렸습니다. 이들이 지목한 ‘20대 불만 TOP10’에 대한 취재도 20대가 직접 했습니다. 부당함을 직접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를 날것 그대로 들어보자는 의도였습니다. 20대를 대상으로 취재 공모전을 열어 10개 주제에 대한 기사, 영상, 카드뉴스를 신청받아 총 8개의 우수 콘텐츠를 선정했습니다. 여기에 전문기관을 통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추가해 8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관련 영상이나 카드뉴스는 국민일보 홈페이지(www.kmib.co.kr)와 유튜브·페이스북 ‘취재대행소 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취업준비생 이민성(가명·26)씨는 지난해 9월 한 유통회사에 영상제작자로 지원했다. 취업 사이트에 올라온 공지에는 신입 공채를 뽑는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면접관들은 이씨의 경력을 물었다. 이씨의 스펙은 다른 지원자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렇지만 면접관의 질문은 경력이 있던 다른 지원자에게 몰렸다. 면접에서 떨어진 이씨는 15일 “신입 공채는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게 아니라 경력자를 뽑되 월급만 신입사원 수준으로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웹디자이너 송지훈(가명)씨는 1년째 구직활동 중이다. 경력이 없는 탓에 스무 번 넘게 본 면접에서 전부 떨어졌다. 송씨는 “이력서에 경력이 없다고 적었지만 막상 면접에 가면 모두 경력을 물었다”며 “이럴 거면 채용 공고에 왜 ‘경력 무관’이라고 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호진(가명·28)씨도 얼마 전 드론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헛걸음했다.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력이 없으면 채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손씨는 “경력 없다고 떨어트릴 거면 서류에서 거르면 되지 않느냐. 추운 날씨에 오라고 해서 시간낭비만 했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채용에 경력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면서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준비생의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국민일보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20대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신입 공채 과정에서 경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다’는 응답이 전체 73.7%를 차지했다. 실제로 취업 포털 사람인이 조사한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스펙’을 보면 경력을 보유하고도 신입으로 지원한 ‘올드 루키’가 전체 24.4%에 달했다. 김형수(가명·23)씨는 “누구나 ‘처음’은 있을 수밖에 없다. 뭔가 시작을 해야 경력도 쌓는 건데 죄다 경력자만 뽑으면 신입은 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으라는 거냐”고 토로했다.

기업이 올드 루키를 선호하는 이유는 결국 비용 절감 측면이 크다. 경력 있는 신입사원은 바로 실무에 투입시킬 수 있고(복수응답·71%), 신입 교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36.2%). 기업의 경영 사정이 악화될수록 올드 루키 선호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조직에 대한 적응력이 높을 것 같다(23.2%)는 것도 기업이 올드 루키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혔다. 박진수 대학내일20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취준생 입장에선 경력을 통한 직무 역량까지 갖춰야 하게 돼 부담이 배가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직장인 20대 중엔 현 직장에 대한 불만 때문에 경력을 포기하더라도 신입으로 이직하려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 역시 올드 루키가 느는 이유다. 입사 1년이 안 된 직장인 4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경력이 아닌 신입으로 입사할 의사가 있다’고 한 응답자는 전체 53.1%나 됐다. 6개월차 직장인 채희민(29)씨는 “우리보다 윗세대들은 회사에 입사하면 최대한 견디고 배우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며 “이 회사에 다니면서 행복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 사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은 ‘경력’을 요구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력이 없는 취준생들은 아예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잡기 어려워졌다. 김평진(27)씨는 “구직활동을 하면서 짧은 경력을 가진 신입 지원자들 때문에 취업하기가 더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떨어진 회사의 합격자도 동종 업계에서 1년 정도 일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청년들을 더 절망케 하는 건 ‘취업 실패=열정 부족’이라는 일부 기성세대들의 인식이다. 손흥진(가명·25)씨는 “경험이 없으면 편의점 알바도 하기 힘든 세상”이라며 “기성세대들이 경력자만 찾고 있으면서 정작 청년들의 열정을 탓하는 걸 보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취재·기사 작성=김승연, 도움=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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