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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곧 전도”… 복지 사각지대 어루만지는 사랑 손길

지역 섬기며 복음 전하는 서울 상록교회 사회봉사팀

“봉사가 곧 전도”… 복지 사각지대 어루만지는 사랑 손길 기사의 사진
상록교회 김은환 목사(맨 왼쪽)와 사회봉사팀이 예배당에서 지난 설날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준 선물상자를 펼쳐보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5월 한 원룸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 송지수 인턴기자, 상록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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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대아파트 14층에는 퀴퀴한 냄새가 떠나질 않았다. 14층 주민들은 ‘냄새가 너무 심하다’며 관리사무소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다. 폐암과 싸우는 남편과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된 아내가 사는 집이 냄새의 근원이었다. 식탁과 냉장고에는 일주일에 두 번 복지관에서 가져온 반찬이 그대로 썩어 있었다.

#2. 월세 30만원짜리 낡은 원룸은 하수구가 완전히 막혀 있었다. 바닥에는 하수구에서 역류한 물과 함께 오물이 떠다녔다. 식탁 의자에는 삶의 의욕이 없는 노인 한 명이 퀭한 눈으로 다리를 모으고 앉아 있었다.

서울 노원구 상록교회(김은환 목사) 사회봉사팀이 지난해 마주한 풍경들이다. 이 교회 사회봉사팀 소속 성도 11명은 김은환 목사와 함께 지난해 5월 손도 대기 어려웠던 이 집들의 정리를 도맡았다. 마스크와 앞치마를 하고 냉장고에 쌓인 음식을 치우고 하수구를 뚫었다. 원룸에 살던 노인은 성도들이 알아본 임대주택아파트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입주했다.

김 목사와 상록교회 사회봉사팀을 지난 8일 만났다. 상록교회는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교인이 100명 남짓한 교회지만 상계1동에서는 어엿한 ‘행정파트너’다. 2012년 김 목사 부임 이전 ‘구제팀’으로 존재했던 사회봉사팀과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은 결과다.

김 목사와 성도들은 주민센터에 직접 찾아가 “우리가 봉사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주민센터에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발견한 사각지대를 상록교회에 알리면 사회봉사팀이 출동해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방식으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인근 고시원에 사는 독거노인들을 찾아냈다. 김 목사는 “고시원에 고시생이 없는 건 이제 공공연한 사실 아니냐”며 “노인들은 한결같이 김치를 먹고 싶어했다”고 회상했다.

상록교회 주변에는 독거노인이나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들이 많이 산다. 이광옥(60·여) 집사는 “상계1동은 80년대 말 상계동 아파트 개발 사업에서 제외된 곳”이라면서 “단독주택이나 뒤늦게 지어진 임대주택아파트가 많다 보니 복지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차상위계층도 많다”고 설명했다.

봉사하며 만난 사람들을 위해 매주 도시락을 30여인분씩 준비하기 시작했다.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바일 채팅방에서 식단을 정한 뒤 각자 맡은 재료를 사와 요리를 시작한다.

매주 오던 노인들이 오지 않으면 직접 도시락을 들고 찾아가 안부를 묻는다. 유성국(69) 집사는 “오갈 곳 없는 노인분들이 갑자기 오시지 않으면 불안하다”며 “주무시고 계신 것을 확인할 때는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말했다.

사회봉사팀은 노원구와 함께 김장을 하거나 지체장애인들이 사는 그룹홈 등을 방문해 생활을 돕는다. 사회봉사팀장 김선학(59·여) 권사는 “다른 중형 교회에 다닌다는 주민센터 공무원으로부터 ‘우리 교회도 이런 봉사를 했으면 참 좋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절로 신이 난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번 설에는 선물상자를 100여개 만들어 주민센터와 함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눴다. 한 상자에 1만4000원어치. 떡국용 떡 1㎏과 곰탕국물, 라면 5봉지, 누룽지와 커피믹스 등을 담았다. 여기에 기부받은 과자 등도 넣었다. 함경자(70·여) 권사는 ‘인터넷 최저가’라는 단어를 사회봉사팀에 와서 알게 됐다. 함 권사는 “1㎏에 6000원대인 떡국용 떡을 1800원대에 사는 건 검색의 힘”이라며 스마트폰을 들어보였다.

다른 성도들도 기부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올해 설에는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성도가 파스를 기부했다. 이 팀장은 “사회봉사팀이 아닌 성도들도 ‘어려운 분을 돕고 싶다’며 물품이나 헌금을 보태는 분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사회봉사팀의 선행이 이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상록교회를 주목하고 있다. 2017년에는 구청장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에서 표창도 받았다. ‘모든 봉사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자’던 김 목사도 그제야 성도들과 함께 상패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성도들은 돈이 많고 시간이 많아서 봉사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성도들은 60세를 전후한 나이에도 산후조리사부터 용달트럭 운전사까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었다. 용달트럭을 운전하는 유 집사는 “트럭을 타고 퇴근하면서 매주 만나는 어르신들께 안부를 묻는 봉사는 돈이 없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작은 교회들은 살아남기도 쉽지 않다. 무엇을 해야 할까. 김 목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봉사를 권했다. 규모가 작고 봉사에 배정할 예산이 적어도 얼마든지 지역을 섬기며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전도를 위해 봉사하는 게 아니라 봉사 자체가 곧 전도”라면서 “주님의 제자인 크리스천들이 세상 밖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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