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세상의 ‘넓은 길’ 두고 선택한 문화 사역 ‘좁은 길’

기독교 문예부흥 꿈꾸는 명문대 박사 출신 연극인 신영선 극단 스케네 대표

[예수청년] 세상의 ‘넓은 길’ 두고 선택한 문화 사역 ‘좁은 길’ 기사의 사진
극단 스케네 대표 신영선씨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처음 성극을 하며 느꼈던 감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극작가이자 연극연출가, 극단 스케네 대표인 신영선(40)씨는 ‘명문대 박사 출신 연극인’이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를, 같은 대학 노어노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무리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란 말이 유행하고 순수문학이 홀대받는 시대라지만, 의지만 있다면 안정적인 길을 걸을 수 있는 조건을 가진 그였다. 가족 등 주변 사람도 그런 삶을 살아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교회 알전구 조명 아래 성극을 하며 연극의 매력에 빠진 신씨에게 연극 외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여성이 흔치 않은 연극판에서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기독교 문예 부흥에 힘쓰는 방향을 택했다. 남들과는 달리 더 ‘좁은 길’로만 질주한 듯한 그를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만났다.

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몸짓, 훈련된 듯 탄탄한 발성은 마치 연극배우 같았다. 연기도 하느냐고 묻자 그는 “연극을 올리다보니 이것저것 다 하게 된다. 가끔 배우로 무대에 오른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유목민의 삶을 각오하다

신씨가 연극계에 몸담게 된 결정적 사건은 그가 중학교 1학년 때 일어났다. 5대째 신앙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교회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그런 그가 교회 중등부에서 주관하는 ‘문학의 밤’ 행사에서 성극의 주연을 맡는 건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성극은 ‘비행 청소년이 방황하다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온다’는 다소 뻔한 내용이었지만 그에게 연극의 매력을 전달하기엔 충분했다. 신씨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연극과의 만남을 ‘비전’ 혹은 ‘서원’으로 표현했다.

“제가 성극에서 맡은 역할이 ‘날라리 여중생’이었어요. 평소 학교 안팎에서 공부나 시키는 거 잘한다는 말 제법 듣던 학생이었는데요.(웃음) 이 역을 연기하며 무엇보다 제게 기쁨과 행복을 준 건 ‘성극’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복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지만 막연히 ‘기독교 연극’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지요. 교회 전문용어로 ‘비전’ 내지는 ‘서원’인 셈이죠.”

기독교 연극을 자신의 비전으로 삼고 이에 대해 알아보던 중 그가 발견한 건 무대에 올릴 성극 대본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었다. 성극의 부흥에 있어 양질의 대본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다. 이는 신씨가 대학 전공을 ‘연극영화과’가 아닌 ‘국어국문과’를 지망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그의 진학 목표는 ‘서울대 국문과’로 정해졌다.

단번에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입학한 뒤로는 전문적인 극작가로 발돋움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대학 4학년 때는 교회 청년부 부활절 행사를 위해 쓴 성극 대본이 문화선교연구원에서 주관한 기독문화공모전 단막희곡 부문에서 당선됐다. 이는 극작가로 연극계에 첫발을 디딘 작품이 됐다. 석사 논문 작성 중 쓴 작품으로는 제6회 옥랑희곡상을 수상했다. 박사과정을 밟는 중에도 대학로에서 조연출을 하며 연극 연출 전반을 익혔다.

현재 신씨가 대표로 있는 극단 스케네는 2014년 창단했다. 스케네는 연극·영화에서의 장면이란 뜻을 지닌 ‘신’(Scene)을 헬라어로 발음한 것이다. 헬라어로는 ‘천막’과 ‘무대’로, 성경에서는 ‘회막’ 혹은 ‘장막’이란 의미로 쓰인다.

“스케네는 제가 새내기 때 대학에서 고전희랍어 수업을 듣고나서부터 자주 쓰던 단어예요. 아마 그때부터 삶이 절대 안정되지 못할 거란 걸 직감한 것 같아요.(웃음) 어차피 신앙인의 삶은 집이 따로 없는 나그네와 같은 삶이니까요. 또 회막에서 하나님과 인간이 만나듯 무대에서도 작품과 관객이 서로 만납니다. 이런 ‘만남의 장소’란 의미를 극단 이름에 담고 싶었습니다.”

인적 드문 길, 느리지만 계속 걸을 것

신씨는 지난해 8월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각색한 연극 ‘카라마조프 인셉션’을 무대에 올렸다. 그가 쓴 세번째 희곡이다. 소설 중 ‘대심문관’ 장면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다. 이 작품으로 최근 기독교문화예술원의 제32회 기독교문화대상 연극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열린다.

“중학교 1학년 때 성극 대본을 보며 문화사역에 헌신키로 다짐한지도 벌써 28년이 지났습니다. 앞서 걸어간 선배도, 스승도 만나기 어려운 이 인적 드문 곳에서 그간 어떻게 걸어왔는지 돌아보면 까마득합니다. 확실한 건 아직 제가 이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걸어도 진전 없이 보이던 순간에 마음을 다잡게 해 준 데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최근엔 창작오페라 대본을 써 오는 3월 공연을 앞두고 있다. 서울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리는 ‘인형의 신전’이 그것이다. 트로이 전쟁사를 배경으로 하나 성경의 예레미야애가에서도 일부 영감을 받았다. 5월엔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에서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를 각색한 낭독공연을 펼친다. 기존 배역의 성별을 교체해 색다른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인적 드문 길에서 용기내 선보이는 그의 작품이라 더욱 반갑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