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김영석] 서울 구단에 막힌 전면 드래프트 기사의 사진
2017년 6월이다. 한화 이글스는 연고지 학교인 천안북일고 성시헌을 1차 지명선수로 뽑았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말 보류선수 명단에서 그를 제외했다. 방출이다. 한화가 밝힌 방출 이유는 기량 미달이다. 실제 성시헌은 지난해 1군은 물론이고 2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서울 연고 구단인 키움 히어로즈는 2016년 6월 1차 지명선수로 서울 휘문고 이정후를 선발했다. 이정후는 무등중 2학년 말 서울 휘문중으로 전학한 뒤 휘문고를 졸업했다. 2017년 신인왕이다. 2018년도 신인왕인 KT 위즈 강백호는 부천중 3학년이던 2014년 서울 이수중으로 전학한 뒤 서울고를 졸업했다. 2013년부터 다른 연고 지역으로 전학한 학생은 1차 지명에서 제외한다는 야구 규약 109조에 따라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T에 지명됐다.

1차 지명은 연고 지역 출신 선수만을 선발하는 제도다. 지역 아마추어 야구 활성화라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성시헌처럼 지방 구단의 경우 뽑을 선수가 없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명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서울 공동 연고 구단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키움은 골라서 뽑는다. 이정후와 강백호처럼 서울 지역에 우수한 선수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3개 구단이 공동 관리하는 서울권에는 16개 고등학교가 포진해 있다. 매년 등록 학생 수도 전체의 40% 안팎을 차지한다. 반면 지방 구단들은 5, 6개 학교를 연고지 학교로 두고 있다. 일부 학교는 20명 안팎의 선수로 근근이 야구부를 운영하는 실정이다. 야구 인프라가 잘돼 있는 데다 프로야구 선수 지명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다 보니 학생들이 서울로 몰리는 악순환은 매년 심화되고 있다. 그러면서 서울 구단과 지방 구단의 전력 차도 쌓여만 가고 있다.

지방 구단들은 1차 지명보다는 2차 드래프트에 집중한다. 뛰어난 지방 출신 선수가 드물다 보니 매년 9월쯤 연고지 구분 없이 선발하는 2차 드래프트에서 서울 출신 선수들을 대거 선발하는 것이다. 연고지 기준으로 선발하는 1차 지명제도는 미국과 일본에는 없는 KBO리그만의 낙후된 제도다. 중요한 것은 1차 지명제도를 유지 배경에는 서울 출신 우수 선수를 독점하려는 서울 연고 구단의 속셈이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공정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야구계도 이런 폐해를 알고 있다. 그래서 1차 지명제도를 폐지하고 전면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이다. 전면 드래프트는 연고지 구분 없이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지난해 성적 역순으로 지명하는 제도다. 당시 구단들은 연고지 학교 지원을 슬며시 줄였다. 아마추어 야구계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서울 연고 구단은 이를 무기로 1차 지명제도를 부활시키는 데 앞장섰다.

KBO도 비난 여론을 의식해 논의를 이어가는 모양새는 취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지난달 열린 실행위원회에서는 ‘좀 더 다각적인 검토와 조사’를 내세워 논의를 추후로 미뤘다. 서울 연고 구단의 반발이 거센 골치 아픈 문제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전면 드래프트는 반드시 필요하다. 전력 평준화의 첫걸음이다. 지역 아마추어 야구팀 지원 위축을 1차 지명제도 유지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한물간 노래다. 각 구단이 일정액 이상을 지원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두거나 KBO가 기금을 갹출해 직접 지원하는 형식을 취하면 된다. 또 전면 드래프트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차근차근 수정해 나가면 된다. 매년 논란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이제는 현실에 맞는 제도로 과감하게 고쳐야 할 시점이다. KBO가 계속 결정을 미룬다면 외부의 힘을 빌리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공론화다. 여론조사 등을 통해 방향을 정하면 된다. 일부 구단의 이익에 프로야구계가 계속 끌려간다면 야구팬들로부터 외면받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날이 앞당겨질지 모른다.

김영석 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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