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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시급하다

96세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30세 행인을 치어 숨지게 했다. 경찰은 호텔 주차장에 진입하던 운전자가 기둥에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낸 이후 대처 능력이 떨어져 인명사고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운전자는 사물 인지 능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 외부적 요인으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순간적인 대응 능력과 민첩성이 떨어진다. 고령자의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 속도는 비고령자에 비해 두 배나 느린 1.4초로 나온 실험 결과도 있다. 제동 거리 반응도 30~50대 운전자에 비해 2배가량 길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면허적성검사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적성검사 기간에 맞춤형 교통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만으로는 갈수록 증가하는 고령운전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이번 사고를 낸 운전자도 지난해 적성검사와 안전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적성검사 외에 고령자들의 인지 및 사고 대처 능력 검사 등을 강화하고 운전면허증 반납에 따른 각종 혜택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할 경우 대중교통 요금을 큰 폭으로 할인해 주고 추가 금리 적용과 식비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만 65세 이상에게 운전면허증 자율 반납을 유도하고 있을 뿐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반납 사례도 미미하다.

고령운전자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이는 결코 노인 차별이 아니라 안전의 문제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 75∼79세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5년 전보다 14.3%, 그에 따른 사망자는 4.4% 증가했다. 80세 이상은 사고 18.5%, 사망자 16.8%로 증가율이 더 높았다. 영국에서는 교통사고를 낸 지 이틀 만에 또 운전대를 잡아 비난을 받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98)이 결국 운전면허를 포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인단체 등에서는 나이가 많아도 개인차에 따라 건강할 수 있다며 고령운전자들에 대한 운전 제한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18세 미만 중에서도 똑똑하고 건강한 청소년은 운전할 수 있게 하자는 논리와 같다. 음주운전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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