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확산되는 ‘플랫폼 노동’, 기존 노동법엔 없는 노동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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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A씨는 최근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지난해 도입한 쿠팡 플렉스라는 ‘플랫폼(Platform)’을 기회의 땅으로 삼았다. 쿠팡 플렉스는 기존 택배인력이 감당하지 못하는 배송업무를 누구나 대행할 수 있도록 단기 아르바이트를 알선하는 플랫폼이다. 직접 고용된 택배기사인 ‘쿠팡맨’과 달리 배송업무 시간을 각자가 알아서 정할 수 있다. 3세와 5세 자녀를 둔 A씨에겐 매력적 조건이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눈치 보며 조퇴를 해야 하는 일반 직장과 달라서다.

플랫폼을 활용한 플랫폼 근로자가 되는 길은 간단했다. 인적 정보를 등록하면 카카오톡 방에 초대된다. 이어 일자별로 배송인력을 모집하는 공고가 뜬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와 지역에 배송을 하겠다고 말하면 안내를 받는다.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정해진 시간에 ‘캠프’(물류창고)로 차를 몰고 가면 된다. 수당은 배송한 택배 박스 수에 따라 매겨진다. A씨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일할 수 있는 데다 자존감이 높아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연극인 B씨는 부업으로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의 기사로 뛰고 있다. 소비자가 앱을 깔고 자신이 가고 싶은 지역을 선택하면 승합차와 기사를 배정하는 서비스다. 택시와 비슷하지만, 기사 입장에선 일하고 싶은 날짜와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일정치 않은 연극 연습, 공연 등을 감안하면 고정된 시간에 출퇴근해야 하는 아르바이트가 불가능한 B씨에게 딱 맞는 일자리다. 근무한 시간만큼 시급을 받기 때문에 일정한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쏘카 관계자는 “고정된 시간에 일할 수 없는 이모티콘 작가나 퇴직자들도 타다 기사로 일하기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미 우리 일상에 ‘플랫폼 노동’이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이라는 날개를 달면서 범위도 무한대로 넓어지고 있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은 고정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근로자는 원하는 때에 일하고, 일한 시간만큼 돈을 받는다. 13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 플렉스에 등록한 인원은 1년 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 타다 역시 차량 500대를 운용하는데 등록 기사가 5000명을 넘어섰다.

플랫폼 노동에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음식배달업, 퀵서비스, 대리운전 분야 실태를 조사한 결과 플랫폼 근로자들은 별다른 자격 요건이 없다는 데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눈치보지 않는 일자리’라는 점도 주요한 이유였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은 ‘사각(死角)’에 서 있다. 기업은 플랫폼을 제공해 소비자와 근로자를 중계할 뿐이다. 업무 선택권은 근로자가 쥐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경계가 모호한 것이다. 이렇다보니 근로기준법 등 기존 노동법으로는 이들을 ‘근로자’로 정의하기 어렵고 사회안정망에서 벗어나게 된다. 플랫폼 근로자들은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지도 못한다.

개선 움직임은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플랫폼 사업자에게 고용보험 가입 의무를 부여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정 금액 이상을 버는 플랫폼 근로자가 플랫폼 회사를 통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있는 제도의 적용범위를 넓히는 걸로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고용부조차 오는 4월이 지나야 실태 조사를 마무리할 정도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관련 법을 만들어도 새로운 플랫폼 노동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사회보장법의 인적 적용 대상을 확장해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며 “완전히 새로운 사회보장체계를 전제로 해야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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