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을 지향하는 삶이 한국 사회 서열 격차 줄인다 기사의 사진
바벨탑은 인간의 탐욕을 상징한다. 바벨탑은 같은 언어를 쓰던 인간들이 하늘에 닿을 성을 쌓다가 하나님의 진노로 다른 언어를 쓰게 됐다는 성경 창세기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간 ‘바벨탑 공화국’에서 더 많은 부(富)와 권력을 갖기 위해 경쟁하는 각자도생형 한국 사회의 서열화 문제를 비판하면서 대안적 사고를 제시한다.

한국사회는 주거지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회 자원이 서열화돼 있다. 집부터 보자. 서울 거주 20~34세 1인 가구 중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등에 사는 주거 빈곤 가구 비율은 2005년 34%에서 2015년 37.2%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고시원 1평(3.3㎡)당 월세 13만6000원은 최고급 아파트로 분류되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같은 면적 11만6000원보다 더 비싸다.

고시원 평당 임대료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건 초집중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고시원의 8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것은 수도권의 일자리 집중도와도 비슷하다. 수도권의 경제 집중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건 대학 집중이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SKY 캐슬’(JTBC)이 보여주듯 서열이 가장 철저하게 관철되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살벌한 입학 전쟁이 벌어지는 상위권 대학의 80% 이상이 역시 서울에 몰려 있다. 대학 서열은 고위 공직자 배분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중앙부처 실·국장 10명 중 5명이 소위 ‘스카이 대학’ 출신이다. 강 교수는 “학벌 엘리트들이 서울 중심의 교육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심각한 건 서열 격차다. 일본만 해도 중소기업의 연봉이 대기업의 80%를 웃돌지만 한국은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임금은 최대 4.2배 차이가 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왜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나’ ‘왜 한국은 잔인한 갑질 공화국이 되었나’ 등 한국의 주요 현안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의 상당 부분은 기존의 수직지향적 삶을 수평지향적 삶으로 바꾸면 조금씩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공존’이라는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열 중심의 한국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모두 불행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사례 중심 지적이 다소 표면적이고 대안은 원론에 그친다는 아쉬움이 들 수 있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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