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앞서 걷는 이의 품위 기사의 사진
오래전, 한 개그맨이 SNS에 올린 게시물에 긴 댓글 행렬이 이어지는 걸 본 적이 있다. 유명 연예인의 게시물에 수많은 댓글이 붙는 거야 예삿일이지만, 연예인 본인과 아무 상관없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건 흔치 않은 일이어서 흥미로웠다.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그 개그맨의 오랜 팬이라는 고등학생이 쓴 ‘나도 언젠가는 형처럼 포털사이트에서 인물 검색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는 짧은 댓글이 시초였다. 이후 달린 댓글 중에는 꼭 꿈을 이루길 바란다는 격려의 글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는 훈계나 한창 공부해야 할 학생이 헛바람만 잔뜩 들었다는 비아냥이 훨씬 많았다. 범죄자가 되는 편이 제일 빠르겠다고 놀리며 악담을 퍼붓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나는 단순히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는 어떤 업적으로 기록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훈계조의 댓글을 끄적거렸다. 포털사이트 인물 검색이라니, 고등학생의 꿈이라기엔 너무 유치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니까 그 당시 나는 낯모르는 학생을 상대로 청하지도 않은 충고를 하며 시쳇말로 꼰대질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조리돌림으로 변해버린 댓글 놀이를 단번에 정리한 것은 원글의 게시자인 개그맨이었다. 그는 하늘을 날고 싶든 돌덩이가 되고 싶든, 꿈을 꾸는 건 꿈꾸는 사람 마음인데 왜 아무 상관없는 당신들이 나서서 옳다 그르다 판단하고 가르치려 하냐고 물었다. 다 큰 어른들이 어린 학생의 꿈을 비웃으면서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 개그맨이 정말로 좋아졌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이들이 품은 소박한 꿈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훈계하며 심지어 비웃을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설사 그들이 가진 게 빈약한 재주뿐인 것 같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다. 어떤 길을 먼저 걷기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청하지도 않은 충고를 할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한심해서 판을 다시 짜고 싶을 땐 나보다 어리고 약한 개인이 아니라 그 모두를 관장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 역시 아직은 어른이라 할 수 없겠다.

황시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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