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권민정] 워킹맘의 눈물 기사의 사진
시편 127편 3~5절에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젊은 자의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으니 이것이 그의 화살통에 가득한 자는 복되도다’라고 했다. 자식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작년 우리나라 출산율이 0.97로 잠정 집계됐다. 기근도 없었는데 합계출산율 1명 선이 무너진 국가는 전례를 찾을 수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특별히 우리나라 젊은이가 이기주의라 자신의 자아실현과 편안함을 더 추구해서 그런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30, 40대의 고민 키워드 1위가 육아였다. 저출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복합돼 있지만 육아와 교육의 어려움 때문에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직장에 다니는 한 자녀 엄마 절반 이상이 경력 단절을 우려해 둘째를 낳지 않는다고 한다. 보고서를 보면 워킹맘 60% 이상이 조부모에게 자녀의 양육을 의지하고 있다.

둘째 아이를 낳고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된 딸을 가진 60대 엄마 A씨의 이야기다. 딸에게서 어느 날 다급한 전화가 왔다. 내용은 취직이 될 것 같은데 아이들을 봐준다면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때 A씨는 부모 부양과 자녀 결혼 등의 의무에서 겨우 벗어나 이제야말로 자유롭게 내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애써 교육시키고 키운 딸이 육아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는 게 아쉬워 외손남매를 돌보기로 했다.

아침에는 출근하는 딸과 사위 대신 아이들을 챙겨서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후에는 초등학교 1학년 손자 하교시간에 맞춰 돌보다가 두어 시간 뒤에 둘째인 4세 손녀 어린이집 끝나는 시간에 데리고 와서 딸의 퇴근 시간까지 돌봐주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할 만했다. 몇 달은 잘 지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자주 아팠고 아픈 아이를 돌보는 사이 힘에 부친 A씨 몸에 이상이 온 것이다. 몸이 아파 꼼짝없이 집에만 있게 된 어느 날 딸이 말했다. “엄마, 정말 미안해요. 제가 엄마 노후의 시간도, 건강도 갉아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죄인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다가 다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A씨 딸은 다른 방안을 찾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A씨는 계속 황혼 육아를 감당하고 있다. 다행히 아침에 3시간은 돌보미가 와 주어서 한결 수월하다. 국가 아이돌봄 서비스는 좋은 제도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월 70만원이 들었는데 새해 들어 시간당 비용이 올라 90만원이 든다. 오후 시간까지 이용하려면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올해부터 정부의 지원대상이 확대돼 일부를 지원받게 돼 조금은 도움이 된다.

A씨의 딸은 아이를 돌봐줄 조부모가 있어 워킹맘 중에서 그나마 행운이다. 그럴 형편이 못되거나,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는 아이들을 혼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30년 전, 어린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방문을 밖에서 잠그고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화재가 나서 두 아이가 숨진 사건이 있었다.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그 이후 영유아 보육법도 생기고, 육아를 위한 시설과 제도들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일하는 엄마들은 육아 때문에 마음을 졸인다.

황혼육아를 하는 조부모 조사에서 자녀의 부탁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시작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어 70% 이상이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외국처럼 지역마다 좋은 돌봄센터가 생기고 돌봄서비스가 잘 짜인다면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보다 저출산 해결에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것이다. 저소득층이나 중산층 모두에게 육아에 드는 비용이 수입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게 돌봄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 일하는 엄마가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가 되고, 육아문제로 경력단절이 되지 않으며, 부모에게 죄송해 눈물짓지 않아도 된다면 하나님의 선물인 자녀를 낳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권민정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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