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강민정] 기본소득으로 선택의 자유를 기사의 사진
지난 두 달 동안 스물네 살 앳된 청년 김용균의 죽음에 많은 사람이 가슴 아파했다. 오늘을 사는 보통의 청년이었기에 사람들의 충격과 분노가 더 컸다. 그는 전문대 졸업 후 군대를 다녀와 아르바이트와 구직활동을 하면서 수십 번의 좌절을 겪었다.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이 심각한 우리 사회가 그에게 허락한 일자리는 위험하고 어두운 곳이었다. 그를 위험한 작업장으로 들어가게 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그 불안을 담보 삼아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비정규직이라는 제도였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찾고 싶다.’ 현실에서나 영화에서나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청년 김용균의 죽음 앞에서 이 말은 무색할 수밖에 없다. 김용균도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탐색의 시간과 자유를 가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필자가 대학에서 하고 있는 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학생들이 혁신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를 통해 창직과 창업을 해내는 선순환과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지역혁신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졸업할 즈음에는 지역혁신 비즈니스로 창업을 하거나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게 최대 관심사이자 꿈이다. 기존 기업과 시스템만 믿고 줄을 설 것이 아니라 청년 스스로 일과 삶을 정의해 나가는 것이 지금의 한국사회가 맞고 있는 전환기를 겪어내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행히 학생들은 함께 문제 해결을 해나가면서 새로운 경험을 즐거워한다. 이런 경험이 직업이 되고, 창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한다. 학생들이 관심을 보일 때마다 지역혁신 비즈니스에 도전하라고, 거기에 진짜 미래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렇게 권유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들의 불안을 읽는다. 내가 권하는 길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성공이라고 여겨왔던 길과는 다르다. 그 길로 가는 로드맵도 롤모델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학교나 사회가 그 길을 가는 동안 얼마나 기다려주고 지지해줄 수 있을 것인가. 대학들이 학생 창업을 독려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창업하는 학생들은 몇몇에 그친다. 창업을 경험했더라도 졸업할 때가 가까워지면 기존 취업 전선이나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돌린다. 왜 이럴까. 학교와 사회가 청년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라고 하지만, 이들이 감수해야 할 경제적·심리적 불안정은 각자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고정된 일터가 줄어들고 개인의 일과 삶의 형태가 변화를 맞고 있는 전환기다. 청년들에게 아무 데나 취직하라고 밀어내기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창직과 창업의 길을 안심하고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일터를 떠난 기간에도 주거, 교육 등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취직이 어려우니 그냥 각자 창업이나 해서 살아남으라는 것밖에 안 된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소득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엑셀러레이터로 유명한 Y컴비네이터가 2016년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다. 경기도 성남시도 그해 지역화폐를 활용해 청년수당을 지급한 바 있다. 서울시도 6개월간 매월 50만원을 지원하는 형태로 청년수당을 같은 해부터 실험해 왔는데, 그간 1만5183명이 지원했고 정책 만족도가 98.8%였다. 10개월 추적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수당을 받은 이들 중 취업·창업한 비율이 40.8%였고 진로 결정을 한 비율은 87%였다.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로 인해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고용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최근 교육부 조사에서 초등학생 장래희망 5위에 등장한 유튜브 창작자처럼 고정된 일터와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을 받쳐주는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은 불안정한 노동의 시대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삶을 떠받쳐줄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전환의 시대를 견뎌가며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새로운 일을 정의해나가는 청년들에게 진정한 선택의 자유를 줄 수 있다.

학생들에게 지역혁신 비즈니스 등 다양한 대안에 도전하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우리 사회가 먼저 그들의 불안을 떠안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을 앞당겨야 한다. “내가 도와줄게 도전해봐. 불안해할 것 없어. 기본소득이 있잖아!”

강민정 한림대 사회혁신경영 융합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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