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오퍼튜니티 장례식 기사의 사진
“My battery is low and it’s getting dark.(내 배터리가 얼마 안 남았어요. 점점 어두워지네요)” 14일 미국 SNS에서 이 문장이 회자됐다.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니티가 지난해 6월 지구에 보낸 마지막 메시지였다고 한다. 골프카트만한 오퍼튜니티는 2004년 화성에 착륙했다. 목표는 90일간 화성 표면을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는 거였지만 설계수명이 무색하게 15년이나 버텼다. 물의 흔적을 찾아냈고 21만장이 넘는 사진을 전송했다.

오퍼튜니티는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함께 화성에 갔다. 처음 몇 년간 나사(NASA) 사람들은 20달러씩 걸고 “어느 로봇이 살아남아 새해를 맞을까” 내기를 했는데, 2009년 스피릿이 모래에 빠져 멈춰선 뒤로 중단됐다. 외롭게 남았다는 생각에 애틋했는지, 이후 오퍼튜니티를 가리키는 직원들의 표현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플래시 메모리에 이상이 생겨 수행 중인 작업을 자꾸 잊어먹곤 하자 “오피(애칭)가 기억상실증이야” 하면서 치료법을 찾는 식이었다.

오퍼튜니티는 태양광 패널을 달고 있었다. 지난해 5월 23일 거센 먼지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패널에 먼지가 쌓이면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하고, 햇빛이 먼지에 가려지면 촬영을 위한 빛도 부족해진다. 폭풍을 견디던 로봇은 17일 만에 결국 “My battery is…” 메시지를 전송했다. 문자로 보낸 건 아니었다. 배터리 부족을 뜻하는 ‘E29’와 빛 감소를 알리는 ‘E40’ 코드가 날아 왔을 뿐이지만 나사 사람들은 저런 문장으로 읽었다.

동면 상태에 들어간 오퍼튜니티는 폭풍이 가라앉아도 깨어나지 못했다. 나사는 8개월간 1000번 이상 “일어나라”는 명령어를 발신했다. 그럴 때마다 들려주려는 듯 사무실에 노래를 틀었다. 비틀스의 ‘Here comes the sun(해가 뜬다)’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살아남을 거야)’ 같은 곡이었다. 13일 사망선고 전 마지막으로 교신을 시도할 때는 빌리 홀리데이의 ‘I’ll be seeing you(우리 다시 만나)’가 흐르고 있었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응답이 없었고 이어진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나사는 원래 지난가을 사망선고를 하려다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오퍼튜니티를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여론이 안팎에서 일어 지금까지 미뤄온 것이다. 임종을 앞둔 가족의 호흡기를 떼지 못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SF영화에서 흔히 그리는 로봇과 인간의 교감. 어쩌면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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