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대법 “경영상 어려움 없다면, 통상임금 해당 상여금 지급해야”

대법 “경영상 어려움 없다면, 통상임금 해당 상여금 지급해야”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지급 여부를 판단할 때,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이번에도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할 구체적인 신의칙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 기사 박모(61)씨 등 22명이 정기상여금을 포함해 통상임금을 재산정, 지급하라며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추가 수당을 지급하라는 취지다.

1심과 2심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경영상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며 추가 수당 청구를 기각했다. 신의칙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던 노사 단협의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신의칙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범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씨 등이 청구한 추가 법정 수당을 지급한다고 해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의 청구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해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통상임금 판례의 신의칙 적용 원칙을 따르면서도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판시한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정도의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할 기준이 제시될지 주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명시적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4억원 정도의 추가 청구 수당이 회사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인건비의 5~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경영상 어려움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회사 규모나 상황 등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어 신의칙 적용 기준으로 삼긴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법원에는 통상임금 관련 신의칙 적용을 놓고 하급심에서 서로 다른 판결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대법원에도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등 사건이 계류 중이며 기아차는 오는 22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