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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함께 읽으니 해석의 눈 밝아져”

목회자 모여 말씀 나누는 ‘프로페짜이’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첫 모임 가져

“성경 함께 읽으니 해석의 눈 밝아져” 기사의 사진
프로페짜이 시연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18일 서울 광진구 광장로 장신대에서 시편 90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나누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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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연구할 본문은 시편 90편입니다. 우선 개역개정, 표준새번역, 공동번역을 읽어봅시다.”

배정훈 장로회신학대 교수의 안내에 따라 10여명의 목회자가 성경을 읽어 내려갔다. ‘말씀 프로페짜이’(말씀연구모임)는 각각 다른 번역의 성경을 읽는 게 출발점이다. 목회자들이 공동으로 성경을 연구해 설교 준비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프로페짜이’가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로 장신대에서 시연됐다.



이날 본문은 하나님의 영원성과 인간의 유한함을 대비한 모세의 시였다. 배 교수는 “본문을 읽고 떠오른 생각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참석자들은 한번 말이 터지자 쉬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여러 목회자의 다양한 해석은 본문을 깊이 이해하도록 도왔다. 낯선 성경연구법인 프로페짜이는 ‘집단지성’과 유사해 보였다.

목회자들은 신약과 구약, 문학 작품과 영화의 내용까지 인용하면서 시편 90편을 해석했다. “본문은 영원한 하나님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짧은 인생을 말하고 있다” “하나님의 분노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13절에 등장하는 ‘돌아오소서’가 마치 분노를 끝내 달라는 호소로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13절은 본문의 전환점이다.” “본문이 말하는 의미가 고통과 고난을 후대에 물려주지 말자는 뜻 아닌가. 남북의 분단을 당대에서 끝내야 한다는 묵상을 했다.” “‘노여움의 능력’이란 구절에선 하나님의 분노 앞에 선 모세의 두려움을 엿볼 수 있다.” “죄를 사하는 건 하나님의 경외심 앞에 나의 부족함과 죄를 먼저 회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영화 ‘밀양’에서 죄인이 자신을 용서하는 장면과 비교된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프로페짜이 중 상대를 공격하는 발언은 없었다. 긍정적인 대화를 통해 설교를 위한 재료를 수집하는 과정인 셈이다. 무엇보다 성경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이재룡 경기도 하남 빛내리교회 목사는 “한 가지 본문을 다양한 번역으로 읽고 여러 목회자의 생각을 종합해 해석하는 게 유익한 점”이라면서 “주관적인 성경해석의 오류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풍성한 해석을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프로페짜이의 역사는 15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위스의 종교개혁자 울리히 츠빙글리가 취리히에서 목회자들과 설교를 위한 성경공부를 한 게 시작이다. 초창기엔 라틴어 히브리어 헬라어 순으로 본문을 낭독한 뒤 대화하며 성경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를 모아 독일어로 설교를 준비하는 게 마지막 과정이었다.

프로페짜이 대중화는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미목원·이사장 김지철 목사)이 이끈다. 이날 오전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개원예배를 드린 미목원은 프로페짜이 확산에 주력하기로 했다. 김지철 이사장은 “미목원은 목회자들의 깊이 있는 설교연구를 돕기 위해 프로페짜이 모임을 정례화할 예정”이라면서 “이를 통해 대안적 목회의 모델을 만들어 가려 한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영상=장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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