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왕, 그리고 로맨스… 말랑 쫄깃 ‘퓨전 사극’ 전성시대 기사의 사진
젊은 왕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로맨스 등 흥미로운 설정을 역사적 바탕에 추가해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왕이 된 남자’.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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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이 젊어지고 있다. 시대극은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벗은 작품들이 잇달아 선보이는 중이다. 정사(正史)를 과감히 생략한 자리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대거나 어린 왕을 내세워 젊은 세대를 다시 TV 앞에 앉히려는 전략이다.

광해군 당시 조선을 배경으로 한 ‘왕이 된 남자’(tvN)는 젊은 층을 공략한 스토리 라인이 돋보인다. 조선왕조실록 속 소실된 광해군의 15일간의 행적에 상상력을 더해 흥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리메이크작으로 화제가 됐다.

영화의 모티브는 그대로 가져왔다. 권력 다툼으로 혼란한 조선 중기, 임금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신과 꼭 닮은 광대를 궁에 들여놓는다는 설정이다. 반역 세력의 시해 위협으로 쇠약해진 진짜 왕과 천출이지만 성군의 자질을 가진 가짜 왕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드라마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광해군 시대 대표적 경제개혁 정책인 대동법 시행 같은 굵직한 사건이나 정쟁이 일부 나오지만, 핵심은 광대 하선(여진구)과 중전 유소운(이세영)의 로맨스에 있다. 영화에서 일장춘몽이었던 둘의 사랑 얘기를 풍성하게 각색했다. 하선과 중전은 궁 안 곳곳과 저잣거리를 오가며 데이트를 즐긴다. 극 후반부는 하선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챈 중전을 설득하고, 사랑을 얻어내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극의 모습을 한 드라마는 이로써 현대극처럼 말랑말랑해졌다. 정석희 드라마평론가는 “정통 사극은 정치가 주가 되지만 퓨전 사극은 개인적 고뇌와 로맨스가 핵심이다. 대중 콘텐츠인 드라마가 젊은 층을 타깃으로 최적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이 성공한 듯 드라마는 8~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월화극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젊은 왕이란 소재도 또래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부분이다. 영화에서 이병헌이 진중한 느낌이었다면, 22살의 여진구는 천진함과 진지함을 두루 지닌 왕의 모습을 표현해낸다.

지난 11일 첫 전파를 탄 ‘해치’(SBS)는 군 제대 후 안방극장에 복귀한 정일우를 전면에 내세웠다. 18세기 조선 중흥기를 이끈 왕 영조의 청년기를 최초로 다룬 이 드라마에서 그는 훗날 영조로 성장하는 연잉군 이금 역을 맡았다. ‘이금이 다른 이들과 힘을 합쳐 대권을 쟁취한다’는 이야기에 맞춰 고아라 권율 박훈 등 20~30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덕분에 정통 사극 톤을 지향하는 드라마는 노론과 소론, 사헌부 등 권력 집단의 서사를 풀어나가면서도 청춘 드라마 같은 느낌을 함께 가져간다. 연잉군이 박문수(권율)와 아웅다웅하는 장면이나 사헌부 다모 여지(고아라)와 공조 수사를 펼쳐나가는 모습은 무거운 사극과는 다른 위트로 극의 분위기를 한층 가볍게 환기한다.

젊은 왕세자는 사극 흥행 공식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해를 품은 달’(MBC·2012), ‘구르미 그린 달빛’(KBS2·2016), ‘백일의 낭군님’(tvN·2018) 등이 있었다. 정 평론가는 “젊은 배우를 사극 주연으로 세우면 생동감 있고 풋풋한 느낌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주인공이 젊어진 만큼 변화무쌍한 스토리를 풀어내는 데도 용이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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