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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남진 (5) 산장에서 부른 팝송 한 곡… “작곡가 소개 시켜줄게”

영화배우 꿈꾸며 단역으로 출연… 당시 남일해 히트곡 작곡가 소개 받아 노래학원 여학생에게 반해 등록

[역경의 열매] 남진 (5) 산장에서 부른 팝송 한 곡… “작곡가 소개 시켜줄게” 기사의 사진
남진 장로(사진 왼쪽 두 번째)가 1965년 서울 중구 한동훈음악학원에서 가수 지망생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는 가수 이상열씨.
처음에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당시 영화배우를 꿈꾸는 무명 신인들은 서울 충무로에 있는 대한극장에 모였다. 그곳 근처 다방들은 신인을 찾는 감독들이 집합하는 장소였다. 거기서 단역을 모아 영화가 만들곤 했다. 나도 그곳을 서성이다 캐스팅돼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한 친구가 “서울 강북구 우이동 산장에 가면 딸기밭이 있다”며 놀러 가자고 보채 따라갔다. 한참을 노니 어두워졌다. 내려오는데 한 산장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 불빛이 반짝였다.

들어가니 샹들리에 아래서 남녀가 춤을 추고 있었다. 밴드는 블루스와 지터벅(지르박)을 연주했다. 함께 간 친구 중 하나는 목포방송 전속 가수를 할 정도로 소질이 있던 친구였다. 나는 레코드판을 따라 부르는 수준이었지만 그 친구는 가요를 제대로 했다. 인물도 좋고 노래도 잘했다.

산장 안이 난리가 났다. 내가 아니라 친구 때문이었다. 무대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기가 막히게 했다. 앙코르가 나오고 2창, 3창이 이어졌다. 산장 주인은 맥주 한 상자를 선물로 내놓았다.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져 친구처럼 해보고 싶었다. 앞으로 나가 “나는 가요는 모르지만 팝송은 안다”며 냇 킹 콜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 하는데 주인이 갑자기 찾아와 “노래 한 번 해볼래”라고 말했다. 친구와 나를 헷갈리는 줄 알았다. 주인이 “학생이 팝송 불렀잖아. 목소리가 특이한데 노래나 한번 해봐”라고 말했을 때 나를 지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별 기대감 없이 장난삼아 건넸다.

몇 개월이 지났을까. 어느 날 갑자기 “나 마스터요”라며 산장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고,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라고 물으니 주인은 “좋은 작곡가를 만나서 널 얘기했다”며 “잠시 시간을 내서 보자”고 했다. 당시에는 어른의 부탁이라면 거절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명보극장 근처로 갔다. 파출소 2층에 카페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한동훈 선생님을 만났다. 당시 최고의 가수는 남일해였는데 그가 부른 ‘첫사랑 마도로스’의 인기가 대단했다. 그 곡을 작곡한 분이 한 선생님이었다.

카페에서 한 5분을 보냈을까.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남일해가 카페에 들어왔다. 한 선생님과 남일해는 30분쯤 신곡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남일해를 보는데 얼마나 뚫어지게 봤으면 그가 입었던 복장이 정확히 기억이 난다. 감색 바지에 빨간 양말, 낚싯줄 같은 가는 실로 짜인 프랑스산 옷을 입고 있었다.

남일해가 가고 나니 한 선생님이 내 자리로 왔다. 산장 주인이 나를 열심히 소개했다. 차를 마신 뒤 근처에 있던 한 선생님의 음악학원으로 갔다. 가요를 모르니 팝송을 한 소절 불렀다. 산장 주인은 “목소리가 참 괜찮다”며 한 선생님에게 노래를 배우라고 권했다.

그때만 해도 노래를 배울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내 또래 여학생 3명이 학원으로 올라왔다. 그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목포에서 올라온 지 1년도 안 된 내겐 여자친구가 없었다. 한눈에 그에게 반했다. 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여학생과 함께 차를 마시고 아이스크림이라도 먹겠다고 노래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정리=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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