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 200억달러 통큰 투자, 빈 살만 왕세자 ‘오일 머니 외교’ 기사의 사진
임란 칸(왼쪽) 파키스탄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누르 칸 공군기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탄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칸 총리는 직접 차를 몰아 빈 살만 왕세자를 총리 관저까지 안내하는 등 극진한 대우를 했다. AP뉴시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오일 머니’를 싸들고 파키스탄과 인도, 중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지목돼 곤란을 겪었던 빈 살만 왕세자는 순방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선물로 안기며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빈 살만 왕세자는 17일(현지시간) 전용기편으로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누르 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파키스탄 지오TV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공항에서 예포 21발을 발사하며 빈 살만 왕세자를 환영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빈 살만 왕세자를 태운 차를 직접 몰아 공항에서 총리 관저까지 안내했다. 수도 전역에는 빈 살만 왕세자의 사진과 사우디 국기가 걸렸다.

빈 살만 왕세자는 파키스탄 정부의 환영 행사에 대규모 투자로 화답했다. 그는 파키스탄 정부와 정유·액화천연가스(LNG) 설비 건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 200억 달러(약 22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외환위기를 겪던 파키스탄 정부는 이로써 일단 급한 불을 껐다. 파키스탄은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가 부채가 급증하면서 앞으로 20년간 400억 달러(약 45조2000억원)를 갚아야 하는 처지였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0월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서 언론인 카슈끄지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서방국가들은 그와 사우디 왕실이 사건에 깊이 개입했다고 보고 강력히 추궁해 왔다. 고립된 사우디는 파키스탄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 전통의 맹방들과 관계를 더 강화해 왔다. 특히 파키스탄 정부에는 이번 투자계약 이외에도 이미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 규모의 차관을 지원키로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19일에는 인도로 이동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난다. 양국 정상은 원유 공급 등 에너지 분야는 물론 인프라 투자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도로, 빌딩 건설 등에 자금을 대는 국영투자 인프라펀드에 사우디가 투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파키스탄과 인도 정상을 연이어 만나며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도 주목된다. 인도는 지난 14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배후에 파키스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도 정부는 특히 동맹국들이 파키스탄에 투자할 경우 자칫 테러 자금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1일에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 두 정상은 에너지, 인프라 분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사우디의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중 하나로 사우디에는 중요한 우방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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