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지킨 한국에 잠들다 기사의 사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19일 6·25전쟁 영국군 참전용사 고(故) 윌리엄 스피크먼씨의 유해가 안장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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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한국에서 각각 최고무공훈장을 받은 6·25전쟁 참전용사가 고인의 뜻에 따라 한국에서 잠들었다.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고(故) 윌리엄 스피크먼은 19일 부산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된 안장식에는 스피크먼의 아들과 딸 등 유가족, 주한 영국대사, 유엔사 부사령관, 국가보훈처 차장, 한국전 참전용사 등 6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영면을 지켜봤다.

스피크먼의 조카 튜즈데 엘리자베스는 “삼촌이 선택한 장소에서 안장식을 거행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서 초청해주셔서 매우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촌이 2015년 방한했을 때 대한민국의 환대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사후 아름다운 대한민국 땅에 묻히겠다는 염원을 다졌다”고 소개했다.

스피크먼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1월 4일 임진강 유역 마량산 고지 전투에 참가했다. 스코틀랜드 수비대 소속이던 그는 밀려드는 중공군을 상대로 동료들과 함께 수류탄 공격과 육탄전으로 맞섰다. 탄약이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전투 도중 다리에 심한 부상까지 입었지만 부대가 철수할 때까지 4시간 가까이 온몸으로 중공군을 저지했다. 1952년 1월 영국으로 후송됐지만 3개월 뒤 자진해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같은 해 8월까지 전장을 지켰다.

스피크먼은 1952년 2월 27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영연방 최고 무공훈장을 수여받았다. 2015년 7월 ‘7·27 정전협정의 날’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도 최고 무공훈장(태극)을 수여받아 한국과 영국에서 전쟁영웅으로 인정받았다. 2015년 방한 당시 스피크먼은 “또다시 한국에 전쟁이 발생한다면 지금도 기꺼이 와서 한국을 지킬 것”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피크먼은 지난해 6월 향년 90세 나이로 별세했으며 이번 안장식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 보훈처 관계자는 “유엔 참전용사가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희망하면 정부 차원의 의전과 예우를 다할 예정”이라며 “참전국과의 우정은 물론 참전용사 후손들과의 유대관계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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