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잡은 집값인데”… 역전세 대책 신중한 정부 기사의 사진
정부가 역전세 대란을 우려하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여론에 ‘신중론’을 앞세우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역전세 대책을 당장 내놓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왜 정부는 역전세 대책에 단호한 걸까. 이유는 부동산시장에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의 대출한도를 섣불리 풀어줬다가 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시장이 요동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다만 가운데 낀 세입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19일 “정부는 역전세 현상에 따른 문제를 투자자 책임으로 규정했다”며 “이는 당분간 정부가 임대인(집주인)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확대 등 정책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전날 최 위원장은 전북 군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감독은 9·13 기조, 즉 가계대출이 부동산 투기에 활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역전세 우려가 커지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던 주택담보대출자의 대출 한도·대상 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답변한 셈이다.

정부의 단호함에는 간신히 잡은 집값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걱정이 깔려 있다. 역전세 해소를 위해 대출 규제를 풀었다가 돈이 집주인의 ‘버티기 자금’으로 쓰이거나 부동산 투기에 다시 이용될 수 있다. 서 연구위원은 “임대인의 급매물 증가로 당분간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걸 방치하겠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피해를 보는 건 세입자라는 비판도 있다.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 전세보증금을 ‘인질’로 잡으면 현재 세입자는 애를 태울 수밖에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전세가 일어나는 이유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역전세 현상이) 서울은 단기, 지방은 장기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의 경우 집주인에게 단기적으로 대출을 늘려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한데, 이를 안 해주면 결국 세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위험한 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통제하는 건 맞지만 부동산 가격정책 수단으로 접근했다간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세입자를 위한 안전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세입자가 보다 안심하고 전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은 전세 계약이 끝날 때 전세보증금 반환을 책임지는 상품이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해당 상품의 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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