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친구가 된 교회, 은평에 살고 싶은 이유가 됐다

‘주민들의 목회자’ 소망하는 서울 성암교회 조주희 목사

주민들의 친구가 된 교회, 은평에 살고 싶은 이유가 됐다 기사의 사진
성암교회 비전센터에 있는 다섯콩 작은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성암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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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이웃이 되길 소망하는 교회가 있다. 교회는 주민들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 전문 컨설팅까지 받았다.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 성암교회 이야기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교회는 주민들의 친구가 됐다.

‘교인들의 목회자이면서 주민들의 목회자가 되고 싶다’고 자신을 소개한 조주희(사진) 담임목사를 19일 교회에서 만나 ‘소통 목회’에 대해 들었다. 조 목사는 “교회가 새로운 사역을 할 때 첫 번째로 조사와 연구를 하고 두 번째로 이런 사역을 정말 원하는지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2009년 받았던 컨설팅을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했다.

사역의 도약기이던 2009년 교회는 ‘교회와 사회복지 연구소’에 의뢰해 14개월 동안 사역과 재정, 지역사회에 대한 진단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교인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회의 역할에 대한 설문조사도 거쳤다. 교인들과 당회원들은 컨설팅 결과를 모두 수용했다. 그리고 주민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1977년 창립한 교회는 이를 기점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설문조사 결과 주민들은 주민 사랑방, 어린이와 어르신 돌봄 프로그램, 도서관 등을 교회에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는 즉시 응답했다. 본당 뒤편에 마련한 비전센터가 주민센터로 변모했다. 우선 카페와 어린이 전용도서관을 오픈했다. 주민들에게 이름도 공모해 ‘바오밥 카페’와 ‘다섯 콩 작은 도서관’이라는 간판도 달았다. 기존 방과후교실은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형편이 어려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반찬 사역도 시작했다.

주민들의 요청에 교회가 전면적으로 응답한 것이었다. “사실 많은 교회가 이와 유사한 사역을 하죠. 우리가 다른 건 주민들에게 물어보고 했다는 겁니다. 다른 교회가 잘한다고 우리교회도 잘되지는 않습니다. 지역의 요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에게 물어보고 한 덕분인지 도서관 회원은 1000명을 넘어섰고 카페는 주민 놀이터가 됐습니다. 인기 만점이죠.”

교회가 외부 컨설팅까지 진행한 이유는 지역사회와 단절된 교회의 현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평양노회 소속 교회였지만 은평구의 교회는 아니라는 자기반성이 컸다. 선교대상인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은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교회가 고립됐단 걸 알게 됐죠. 장기간 컨설팅을 하도록 당회가 허락한 것도 교회가 더 이상 섬으로 머물러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컨설팅을 한 지도 어느새 10년 가까이 됐네요. 또다시 주민들에게 교회가 잘하고 있는지 물어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조 목사는 두 번째 컨설팅도 받을 생각임을 내비쳤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경험을 한 성암교회는 최근 예장통합 총회가 ‘마을 목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뒤로 모델교회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조 목사도 마을 목회 강사로 목회자들을 만날 기회가 늘었다. 강의할 때마다 그는 “지역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전도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로 이해하라는 의미다.

이런 노력의 결과인지 교회는 지역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이 쓴 ‘은평에 살고 싶은 202가지 이유’라는 책에 성암교회가 소개됐을 정도다.

교회는 이웃해 있는 녹번초등학교와도 교류를 시작했다. 2017년 학교의 요청을 받아 토요일 방과 후 프로그램을 교회에서 진행한다. 교회는 봉사자와 장소를 제공하고 담당 구청은 재정 지원을 한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마을이 협력하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교와의 교류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감 캠프’를 시작하는 데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교회는 여름방학에 교회학교 학생과 동네 아이들을 모집해 이틀 동안 캠프를 진행한다. 조 목사는 “주민들이 교회를 신뢰해서인지 몰라도 너무 많은 아이가 몰려서 지난해엔 돌려보낸 아이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교회는 지역 교회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조 목사는 2015년 이웃 서문교회 손달익 목사와 청소년 자살이 늘고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 뒤 학교를 도울 방법을 찾아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곳 10여개 교회들과 당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훈련원 이근복 원장이 모여 ‘좋은 학교 만들기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이후 네트워크는 교육청과 협력해 은평구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열었다. 종교색은 배제했다. 학부모 교육과 학생 정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조 목사는 “저희들이 놀랄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 기대도 커져 결국 ‘사단법인 더불어배움’으로 조직이 확대됐다”면서 “이젠 전국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사역의 출발점이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었다. “지역사회와 동떨어져 있는 교회는 생명력이 없다”는 목회 철학을 가진 조 목사는 “복음에 대한 희망이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먼저 주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서면 복음도 빛이 나고 영향력도 커집니다. 그런 면에서 여전히 교회엔 희망이 있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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