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볼 권리’ 정부가 박탈? https 차단 오해와 진실

유해정보 막기 위한 ‘SNI 필드 차단’ 논란

‘야동 볼 권리’ 정부가 박탈? https 차단 오해와 진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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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디지털성범죄 대책의 일환으로 ‘https(보안접속프토로콜)’을 무력화하는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을 도입한 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조치에 항의하는 집단은 ‘국가가 감청과 검열로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려 한다’ ‘성인의 합법적 성인물 소비를 막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국가가 음란물을 직접 검열하는 것이 아니며 합법적 성인물을 막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정부가 충분한 설명과 공감대 없이 갑작스럽게 정책을 도입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11일 인터넷상 유해 정보 차단을 위해 SNI 필드 차단을 도입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http와 https를 알아야 한다. http는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접속방식이다. https(보안접속프로토콜)는 http 뒤에 Secure Socket의 약어 s를 추가한 것으로, http의 암호화한 접속방식이다. 예를 들어 서버에서 A라는 글자를 이용자에게 보낼 때 https를 이용하면 A를 알 수 없도록 암호화해 보낸다.

SNI란 이용자가 https로 인터넷에 접속할 때 ‘암호화되지 않은 영역’이다. SNI 필드 차단은 접속 과정에서 주고받는 서버 이름이 암호화 없이 노출된다는 점을 노려 보안접속 이전 주소를 엿본 뒤 불법 웹사이트일 경우 접속을 차단한다. 기존 ‘URL 차단’은 https 방식으로 간단히 뚫리고, ‘DNS(도메인네임서버) 차단’ 방식도 해외 DNS를 통해 우회가 가능해 더 강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해외 불법 웹사이트 895곳에 대한 접근을 막았다.

곧장 반발이 빗발쳤다. “성인이 성인물을 보는 게 왜 문제냐” “패킷감청과 같은 국가 검열” 등의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행 당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4일 만인 15일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문제는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 주장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SNI 필드 차단이 통신감청 및 데이터 패킷감청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에 전문가들은 “완전히 다른 기술”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열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택배 상자가 있다고 할 때, ①상자에 쓰인 주소를 보고 필터링하는 것 ②상자를 뜯어 내용물을 보고 필터링하는 것이다. SNI 필드 차단은 전자, 패킷감청은 후자다. SNI 필드 차단은 그 주소가 불법 웹사이트인 경우 차단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SNI 필드차단은 연결을 차단하는 것이지 내용을 들여다보는 패킷감청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가 결국 정부 감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너무 나아간 주장”이라며 “일반인들이 기술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SNI 필드 차단은 암호를 임의로 복호화(부호화된 데이터를 사람이 알기 쉬운 모양으로 하기 위해 또는 다음 단계의 처리를 위해 번역)해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가 되지 않은 부분을 찾아 차단하는 것이므로 검열·사찰과는 무관하다”며 “웹사이트 주소도 차단 리스트와 비교만 할 뿐 개인정보는 전혀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 규제한다는 것도 엄밀한 의미에서 사실이 아니다. SNI 필드 차단 적용을 받는 895곳 불법 웹사이트는 민간독립기구인 방심위가 심의를 통해 결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은 SNI 필드 차단을 하든 안 하든 사용자가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는지 등 이전부터 사용자 정보에 접근이 가능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과거엔 못했던 일을 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ISP 업체들은 애초에 합법적으로 사용자 정보를 볼 수 있었다”며 “접근하는 이용자가 자신들의 고객인지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합법적 성인물 소비를 막는다’는 주장도 틀렸다. ‘성인물’은 성인들이 볼 수 있는 합법 콘텐츠로서 청소년의 접근만 제한한다. SNI 필드 차단은 명백한 불법 음란사이트를 차단한 것이다. 불법 음란사이트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1호를 근거로 차단할 수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문제의 본질은 차단됐어야 할 불법 음란사이트들이 https 차단우회기술을 이용해 왔다는 점”이라며 “포르노물도 일부 국가에선 합법이지만 한국은 현행 법규상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불법 음란물 영상 차단에 반발하는 집단이 불만을 갖는 진짜 이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려는 욕구를 왜곡된 주장으로 가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성을 끊임없이 성적대상화하기 위해 오해를 만들어내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감청이 아니라는 게 IT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인데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실상 오해를 만들어내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함께 차단된 불법 도박 및 저작권 사이트 등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오직 불법 포르노에 대한 얘기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차단한 불법 웹사이트 분야 중 음란은 96건뿐이다. 도박이 776건으로 가장 많고 저작권 11건, 식품의약품 8건, 기타 불법 4건이지만 이에 대한 반발은 거의 없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불법적 행위를 용인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소비하고 관용해 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정책을 실행한 점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임종인 교수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서 기술적으로 조금만 진화한 방법을 쓰면 금방 뚫린다. 지금도 우회 경로가 모두 공유됐다”며 “좋은 뜻이라고 해도 공론화 이후 국민적 공감대를 얻은 뒤 시작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이 없으니 괜히 저항만 야기했고 실효성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승주 교수는 “인터넷의 특성상 정부는 기술적·사후적 조치만 할 수밖에 없다”며 “민감하고 어려운 정책을 시행할 땐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서두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후 대책이 가능하려면 여론과 언론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며 “한 달 전만 해도 ‘텀블러에 음란물이 넘치는데 정부는 가만히 있다’는 비판이 대다수였는데 지금은 ‘정부가 과한 규제를 한다’고 도배되고 있다. 결국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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