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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최연혁] 친기업 정책이 친노동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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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스웨덴 모든 정당들이 상속세·증여세 폐지해 해외 이전 고민하던 기업들 붙들어 고용·재정 위기 타개
기업에 경영승계와 경영방어 보장해주고 일자리 창출과 복지 비용 함께 부담하도록 유도하는 게 모두에게 이득


2004년 12월 17일 스웨덴은 2년 동안 끌어오던 상속세와 증여세 폐지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의회 7개 정당 의원 349명이 참가한 찬반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상속세와 증여세 폐지를 결정했다. 전통적으로 친기업적 우파 정당인 보수당이 추진했던 두 세제의 폐지를 사민당이 앞장서 추진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극좌파 정당들까지도 이 세제의 폐지를 적극 지지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948년부터 이미 최고 60%였던 상속세가 80년대 들어 70%까지 올라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세율을 기록한 스웨덴이었다. 당시 사민당 정권을 이끌던 예란 페르손 총리는 재무장관을 역임하는 동안 높은 국가부채와 고실업률,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90년대 중반 복지지출을 30%까지 대폭 줄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복지재정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경제 침체와 고실업으로 국가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던 상황이 두 번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스웨덴의 또 다른 잠재 위기요소는 바로 91년부터 자유화된 동유럽 국가들이 제공하는 값싼 노동력과 낮은 제조단가였다.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순간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동유럽 국가들의 높은 숙련도와 낮은 임금으로 생산비가 대폭 절감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해외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당시 스웨덴 경영자총연맹(SAF) 조사에 따르면 동유럽 국가들이 EU 회원국이 되는 2004년 중소기업의 50% 이상이 공장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답할 정도였다.

90년대 재정위기를 한 번 경험했던 페르손 총리는 재집권에 성공한 2002년 바로 사유재산위원회라는 의회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상속세와 증여세 폐지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2년 동안 활동한 특별위원회가 세율 인하를 통한 개선안만을 제출했지만 사민당 정권은 두 세제의 폐지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정부 수입 부분에 차지하는 비율은 0.2%에 그치지만,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경우 일자리가 없어져 실업이 발생하면 실업기금 및 실업자 재취업교육비용, 병가급여 증가 등 국가가 부담하는 사회비용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또 기업이 내는 법인세도 사라지게 돼 국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럼 가장 적극적으로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 편에 섰던 좌익당과 환경당이 사민당의 두 세제 폐지에 찬성으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높은 상속세와 증여세로 가장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자산을 매각하거나 국가로부터 장기 대출을 받아 납부하는 방식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승계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결국 노동자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정당들이 이른 결론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가장 친기업적 정책을 펴는 것이 가장 친노동적 정책을 펴는 것이라는 확신인 셈이다.

2004년 이후부터 스웨덴 기업은 2세 경영자들에게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승계를 진행했다. 이케아와 H&M 등 주력 기업들의 경영자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상당수 중소기업도 2세 경영자들이 가업을 물려받아 스웨덴에서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에는 아직도 황금주 제도가 있다. 창업주가 갖고 있는 황금주식은 증자 등을 통해 발행한 주식가치보다 최고 1000배나 높아 경영권도 비교적 쉽게 방어할 수 있게 돼 있다.

전국노조(LO)까지도 기업들의 상속세와 증여세 폐지, 그리고 경영방어권에 긍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 고용안정, 복지비용 부담 등에 대한 기여가 높기 때문이다. 임금과 고용보장뿐 아니라 각 피고용자에 대한 31.4%의 복지기금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와 더불어 이 고용주세는 노후연금, 실업기금, 병가급여, 사고보험, 출산휴가, 재취업교육 등 사회안전비용을 포함한 복지제도 운영의 중요한 재원을 책임진다.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상응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적 수준까지 올라간 기업들이 경영승계 문제로 공중분해되거나 기업사냥 등의 제물이 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 어렵사리 일궈놓은 기업들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해 주고 다리를 놔주는 방안도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기업들도 법제로 키워주고 보호해준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한다. 기업에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경영승계와 경영방어 등을 보장해 주고 좋은 일자리 창출과 복지비용을 함께 부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은 아닐까. 노르웨이도 2014년 스웨덴이 선택한 길을 따른 것처럼 우리도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최연혁(스웨덴 린네대학 교수·정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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