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벌레’ 논객, ‘도적’ 국회의원 기사의 사진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시인 김지하가 1970년 발표한 담시 ‘오적’에서 부정부패를 일삼고 나라를 망치는 다섯 도적으로 규정한 직업군이다. 김지하는 “간뎅이 부어 남산만하고 목질기기가 동탁배꼽 같다”고 오적을 힐난한다. 국회의원을 향해서는 “냄새 난다”며 “저리 비켜라”고 일갈한다. 다른 직업군에 대한 인식은 많이 개선된 듯한 데 지금이나 당시나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엉뚱한 짓이나 해대는 국회의원은 지탄의 대상이었던 모양이다.

오적은 을사오적을 연상시킨다. 이를 염두에 두고 시인이 제목을 붙인 건지는 모르겠으나 오적의 교본으로 봐도 무방한 고전이 있다. 한비자의 ‘오두(五 )’다. 나라를 좀먹는 다섯 벌레라는 의미다. 제목으로 보면 벌레가 도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비자가 꼽은 다섯 벌레는 학자, 언담자(言談者), 대검자(帶劍者), 근어자(近御者), 상공지민(商工之民)이다.

누구나 아는 학자를 제외하고 요즘 말로 옮기면 언담자는 논객, 근어자는 측근, 상공지민은 상공인쯤 되겠다. 칼 찬 사람을 일컫는 대검자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이 다섯 벌레를 제거하지 못하면 바르게 살려는 사람들의 삶이 힘들어지고, 곧 나라가 멸망한다고 했다. 한비자는 그중 거짓말과 간사한 일컬음으로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고 사직의 이익을 버리는 것을 언담자의 폐해로 지적했다.

5·18 민주화운동은 김영삼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이래 역사적 평가가 사실상 끝난 현대사의 비극이다. 북한군 개입이 없었다는 게 진보와 보수를 떠나 역대 정권의 공통된 결론이다. 심지어 진압작전을 진두지휘한 전두환 전 대통령조차 ‘금시초문’이라고 확인을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여전히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무리가 있다.

그 맨 앞에 ‘보수논객’으로 불리는 이가 있다. 법원 판결에도 막무가내다. 한비자의 2300년 전 경고가 괜히 나온 게 아닌 듯싶다. 더욱이 그릇된 역사인식을 앞장서 바로잡아야 할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허무맹랑한 주장에 부화뇌동하고 있으니 시인의 외침이 새삼스럽다. 한비자가 논객을 오두의 하나로, 김지하가 국회의원을 오적의 하나로 콕 찍은 이유를 알겠다.

이흥우 논설위원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