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김용백] 혼인신고 기사의 사진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해 동거 커플에게 법률혼 관계의 부부와 동일한 세제 및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했다. 대만도 2017년 동거혼을 법제화했다. 프랑스에선 가족의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동성(同性) 결혼 합법화에 이어 최근 동성 부모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하나가 하원을 통과했다. 초·중·고교에서 학생 관련 각종 행정서류에 ‘아버지’ ‘어머니’ 표현 대신 ‘부모 1’ ‘부모 2’로 표시하게 하고 순서는 각 가정의 자율에 맡겼다. 양성(兩性)평등에서 ‘양’을 뗀 성평등이란 용어를 쓰기도 어려운 우리나라의 실정을 까마득히 앞서가는 듯하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28개 EU 회원국의 2017년 인구 1000명당 평균 결혼 건수는 4.3건이었다. 1965년 7.8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비혼(非婚) 커플에게도 상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들이 늘면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019년 건강가정 기본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을 위해 사실혼을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의 범위에 포함시키겠다는 내용도 있다. 최근 몇 년 새 젊은층을 중심으로 결혼·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인 가구, 비혼동거 가구 등 가족 형태도 다양화되는 추세가 현실이 됐다. 하지만 우리 법체계와 제도는 양성 결합에 따른 혼인신고로 이뤄진 가족을 보호하고 우대한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출생신고서에도 자녀가 ‘혼인 중의 출생자’인지 ‘혼인 외의 출생자’인지 신고자가 표시하도록 돼 있다. 혼인신고를 안 하면 ‘정상가족’이 되지 못한다. 연금, 보험, 아파트 청약 자격기준, 상속 등의 문제에서 ‘정상가족’ 구성원이 아닌 경우 차별은 뚜렷하다. 그 차별이 1000가지나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여가부가 의욕적으로 비혼동거 커플을 가족에 포함시키고, 혼외자 차별도 없애겠다는 것이다.

혼인신고에 대한 차별과 부담을 완화시키면 사실혼 관계의 출산이 증가하고 신생아 낙태가 줄어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가족제도 개선의 출발점은 출산 장려의 연장선이 아닌 근본적인 차별을 해소하는 기본권 보장이 맞는다. 얼마나 많은 논의와 과정에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개선이 지체되는 만큼 우리 국민 상당수는 기본권에서 프랑스 국민보다 못한 처우를 20년 넘게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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