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에 떠오른 ‘남북 경협’… 美는 솔깃, 北은 고심 기사의 사진
베트남 인부들이 20일 하노이 주재 북한대사관 벽면을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북한대사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설을 보수하고 도색작업을 새로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사관 직원 격려를 위해 이곳을 전격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북핵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남북 경협이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북·미 정상이 남북 경협 사업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겠지만, 오는 27~28일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그동안 막혀 있던 경협 사업에 숨통이 트일 수도 있을 전망이다.

남북 경협을 미국의 상응조치 중 대북 제재 완화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은 우리 정부나 미국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 특히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우방국과의 싸움도 불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미국의 비용 지불 없이 북한에 경제적 보상을 할 수 있는 남북 경협은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과거 미국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수십억 달러를 퍼주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 비핵화 달성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고 강조해 온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0일로 예정됐던 외교부 출입기자와의 간담회를 돌연 연기했다. 연기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북한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주지 않기 위해 ‘입조심’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 관계 개선에 ‘올인’하고 있는 우리 정부도 북·미 관계 개선에 따른 남북 경협의 본격적인 재개를 정부의 주요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경협은 미국의 상응조치의 한 부분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정상이 이번 합의문에 남북 경협의 제재 면제 등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겠지만, 비핵화 조치에 따른 제재 완화라는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 무렵에 구체적인 경협 실행계획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 경협을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올리는 것을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 철도 연결이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을 ‘외세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민족 내부의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남북 경협을 미국의 상응조치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며 “다만 미국이 제재 완화에 대한 확약을 준다면 남북 경협이 제재 완화의 ‘진입로’ 역할을 하는 것은 용인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미국 조야를 설득하는 것도 난제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개성공단이나 철도 연결사업은 미국 독자 제재와도 결부돼 있기 때문에 미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완전한 제재 면제를 받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군 유해 송환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관계자가 실종자 가족연합회 측에 “유해 송환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지난해 8월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한 바 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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