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16” 샌더스, 대권 또 도전장… “거짓말쟁이에 맞설 것” 기사의 사진
사진=AP뉴시스
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77살의 버니 샌더스(버몬트·사진) 상원의원이 19일(현지시간)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말 엘리자베스 워런(69·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는 샌더스 의원까지 후보자만 12명에 달한다. 역시 70대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다른 유력 후보자들도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는 연초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버몬트 공영라디오 인터뷰, 지지자에 대한 이메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2016년 대선에서 정치혁명을 시작했고, 이제 그 혁명을 완성할 때가 왔다. 3년 전 우리의 진보적 어젠다에 대해 급진적이고 극단적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지금은 미국인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병적인 거짓말쟁이에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동성애 혐오자, 외국인 혐오자”라고 비난하면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미국을 전체주의적으로 이끄는 대통령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처음에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보편적 건강보험제도, 공립대학 등록금 폐지, 최저임금 15달러 등의 정책이 젊은층과 서민층에게 큰 호응을 받으면서 힐러리 클린턴과 막상막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었다. 당시 소액 기부로 2억2800만 달러(약 2560억원)의 선거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샌더스 의원이 이번에 “전례 없는 풀뿌리 운동으로 나를 지지해 달라”고 밝힌 뒤 12시간도 안돼 15만명이 넘는 지지자들로부터 330만 달러(약 34억원)가 모였다고 MSNBC가 전했다. 샌더스 캠프는 기부금의 평균 금액이 27달러이며, 2016년 선거운동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샌더스 돌풍이 이번에도 2016년처럼 재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이미 민주당의 여러 후보들이 보편적 건강보험제도와 최저임금 인상 등 진보적인 정책을 수용하고 있어 샌더스만의 차별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다양한 후보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클린턴 또는 반(反)클린턴’이나 ‘클린턴 또는 샌더스’와 같은 양자 택일 구도가 형성되기 어려워 보인다.

나이도 걸림돌이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임기 첫해에 80살이 된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낸시 펠로시(79) 하원의장 선임에 반대하는 ‘당내 쿠데타’가 시도됐던 것에서 보듯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는 점이 변수다.

현재 유력한 잠재 후보들이 출마 의사를 명확히 표명하지 않았지만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는 30~40명의 후보들이 자천타천으로 언급되고 있다. 중량급 인사로는 워런 상원의원, 샌더스 상원의원과 함께 바이든 전 부통령이 꼽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경우 가장 안정감이 있지만 76세라는 고령이 부담이다.

샌더스 상원의원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1, 2위를 달린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70대의 백인 남성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민주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여성이나 소수인종, 젊은층에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최대 후원자인 억만장자 톰 스타이어(61)와 하워드 슐츠(65) 전 스타벅스 회장의 경우 장외에서 몸풀기를 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거부감이 크다.

실제로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진보적인 40, 50대 소장파 의원들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텍사스의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도전해 돌풍을 일으킨 베토 오로크(47) 하원의원, 카말라 해리스(55·캘리포니아) 상원의원, 코리 부커(50·뉴저지) 상원의원, 키어스틴 질리브랜드(53·뉴욕) 상원의원 등이다. NYT는 지난달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와 관련해 워런 의원과 함께 해리스, 부커, 질리브랜드 의원을 주목하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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