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합법적 체크리스트”… 다시 불붙은 논란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5·18민주화운동 관련 광주지역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의 위대한 역사를 왜곡·폄훼하는 망언이 계속된 데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환경부 문건을 두고 정치권이 ‘블랙리스트 논란’에 빠졌다. 야당은 이 문건을 근거로 문재인정부에서도 광범위하게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며 총공세를 폈다. 청와대와 여당은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합법적인 체크리스트”라며 통상적인 업무였다고 반박했다. 청와대가 환경부를 비롯해 부처 산하기관 임원들을 표적 감사하고 사퇴를 종용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말 고발해 검찰이 수사 중인데,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확보되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환경부 문건의 정확한 제목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이다. 환경부 산하기관 8곳, 임원 24명에 대한 임기와 사퇴 동향 등이 담겨 있다. 환경부는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가 뒤늦게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요청으로 작성했다고 시인했다. 게다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임명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낙하산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한국당은 이번 논란을 ‘문재인판 블랙리스트’로 규정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김 전 특감반원에 따르면 블랙리스트는 330개 기관 660명에 이른다”면서 “그 규모나 정도 면에서 이전 정권과는 급이 다른 초대형 블랙리스트”라고 몰아붙였다. 한국당은 검찰 수사가 부진할 경우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도 놨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과거 발언도 주요 정황으로 지목된다. 김 전 장관은 재임 때인 지난해 국회에 출석해 산하기관장 임명에 대해 “임명권한은 사실 제게 없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가 직접 산하기관장 인사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었다.

청와대는 ‘내로남불’ 논란으로 흐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영향을 미쳤던 만큼 비슷한 논란이 재현되는 게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이미지가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데 문재인정부에 그 딱지를 갖다 붙이고 있다”며 “블랙리스트라는 먹칠을 삼가 달라”고 불편한 기색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장관의 임명권 행사를 감독하는 것은 정상적인 업무절차”라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제가 됐지만, 민간인이 아닌 정부 산하기관 인사에는 청와대가 개입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펼쳤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노태강 등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 대한 사직 강요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청와대는 환경부 문건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장관을 재소환해 표적 감사 여부 등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추가 폭로를 이어가며 전선을 넓히고 있다. 한국당은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과거 금융위원회에 있을 때 미국계 반도체 회사로부터 골프 접대 등을 받고 심보균 당시 행정자치부 차관을 통해 취득세 120억원을 감면받도록 알선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김 전 특감반원은 이 의혹이 청와대 윗선의 지시로 무마됐다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은 드루킹 특검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김판 이종선 박상은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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