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말씀 가르치자’ 성경수업 입법화 논란… 트럼프 “Great!” 응원

[세계교회 점 잇기 <1>] 미 정치·종교 분리 갈등 재점화

‘학교서 말씀 가르치자’ 성경수업 입법화 논란… 트럼프 “Great!” 응원 기사의 사진
미국 공립학교에서 성경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교회학교에서 성경을 읽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미국은 1787년 헌법 제정 후 10가지 조항을 추가해 1791년 첫 번째 개헌을 했다. 이때 추가된 부분이 시민의 권리에 관련된 내용이라 권리장전(Bill of Rights)이라 부르는데, 이 수정헌법 제1조가 종교·언론·출판의 자유, 집회·청원의 권리에 관한 것이다. 종교의 자유에 관한 부분이 최우선이다. 의회가 국교를 설립해도 안 되며(Establishment Clause), 종교활동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Free Exercise Clause)는 두 구절의 공존이 바로 미국 정교분리 갈등의 시작이다.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구분하는 게 간단치 않다.

미국의 학교들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어떤 성경을 읽고 어떻게 기도 드릴지를 둘러싼 가톨릭과 개신교 간 갈등으로 1844년 필라델피아에서 개신교도들이 가톨릭 성당에 불을 지르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20세기 들어서는 생물 수업에 진화론을 포함하는 것을 놓고 진보와 보수 개신교가 나뉘었다. 그런데 1940년대를 지나며 대법원이 수정헌법 제1조의 두 구절을 연방정부에서 더 들어가 주 단위까지 적용하는 판결들을 내리며 논란이 불거졌다. 공립학교에서 기도가 위헌이라는 1962년 판결, 종교와 도덕 지도를 위한 성경 읽기가 위헌이라는 1963년 판결 등에 이어 고등학교 미식축구 경기에서 기도가 위헌이라는 2000년 판결에 이르러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미 폭스방송 뉴스쇼 폭스앤프렌즈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성경 문맹퇴치 수업 법안(Bible literacy class bill)’을 통과시키려는 노스다코타주 하원의원 에런 맥윌리엄스의 인터뷰를 방영했다. 이 법안은 공립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성경을 가르칠 수 있게 하는 것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응원하는 트윗을 날려 공립학교에서의 성경 수업이 다시 한번 집중 조명되기도 했다.

애리조나·아칸소·조지아·켄터키·오클라호마·테네시·텍사스주 공립학교에선 학생들이 성경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앨라배마·아이오와·웨스트버지니아주에선 이 같은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됐지만 올해 노스다코타·미주리·인디애나·웨스트버지니아·플로리다주 상·하원에 법안이 발의 중이다. 또 버지니아주 상원은 이달 초 법안을 통과시켰다(지도 참조).

이들 주는 대부분 남부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의지하고 있는 지지층이기도 하다.

법안들은 미국 정치에서 가장 오래된 논란 가운데 하나인 교회와 국가의 분리에 관한 갈등을 다시 불러오는 듯하다. 맥윌리엄스 의원처럼 입법을 추진하는 측은 “기독교와 성경의 영향을 빼고 미국 역사를 논할 수 없다.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려하는 측은 “실제로 공립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게 되면 기독교 신앙이 학생들에게 전해질 수밖에 없다.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크다”고 맞섰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헥터 아발로스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를 포함한 아이오와 소재 대학의 성서학자 세 명은 아이오와주 하원 발의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발표했다. 이들은 “법안 내용이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중립적인 것 같지만 실제 성경 수업이 진행되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성서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성경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나 신앙을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수님은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시는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너희도 완전하여라”고 말씀하셨다. 추구하는 바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라면 함께 가는 길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 종교의 자유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게, 또한 신앙으로 서로 갈등하지 않도록 함께 어울려 지내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