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1일 육체노동자가 일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많은 나이, 즉 가동(稼動)연한을 기존 만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 2015년 수영장에서 익사한 네 살짜리 아이의 부모가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1989년 12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가동연한을 60세로 적용했었다. 과거에 하급심에서 65세를 가동연한으로 적용한 사례가 더러 있었지만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29년여 만에 변경한 것이어서, 향후 각종 법원의 가동연한 적용에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기대수명이나 평균수명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고 고령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는 등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감안할 때 이번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재판부는 “기존 가동연한을 정한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약 30년 사이 국민 평균수명은 남자 67세, 여자 75.3세에서 남자 79.7세(2017년), 여자 85.7세로 늘었다. 법정 정년은 만 60세 또는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됐고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30%를 웃돈다. 정년 퇴직 후에도 일을 하는 이들이 많아 실질 은퇴연령은 72.1세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미국은 가동연한을 65세, 일본·독일은 67세를 적용하고 있는 걸 보면 기존 가동연한이 현실과 괴리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대법원 판결로 우리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가동연한은 사고 등으로 사망하거나 영구적 장애가 발생해 일할 수 없게 된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다. 가동연한 변경으로 일실수입(사고가 없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장래 기대 수입)이 늘어나게 돼 손해 배상액은 그만큼 불어나게 된다. 당장은 육체노동자들이 새 기준을 적용받겠지만 비육체 노동자 등 다른 직종 종사자들의 가동연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손해배상 위자료 액수가 늘어나는 만큼 자동차보험이나 산재보험 등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간접적인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공공·민간의 정년 연장 논의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노인복지법상 65세인 노인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인복지·고령노동 관련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등 정책 변경이 불가피하다. 정부·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들도 이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혼선과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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