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혁신성장으로 옮기고 논란이 된 소득주도성장은 속도조절하겠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지난 14일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흘 뒤 MBC 이용마 기자를 병문안한 자리에서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입장이 확고하다고 했다고 한다. ‘속도조절’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이제 대화에 참석한 기업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이 안다. 현재의 정책 기조를 계속하겠다는 것임을.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는 ‘이런 데도 현 정책 기조를 지속할 수 있겠느냐’고 청와대에 묻는 듯하다. 이번 결과는 문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난 가계소득 추세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소득하위 40%(1~2분위) 가구의 벌이는 크게 줄어드는 반면 상위 40%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7로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 평균 소득이 5배 이상 차이 났다. 2003년 관련 조사를 시행한 이후 4분기 기준으로 최대다. 소득양극화를 막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취지와 정반대의 추세가 더 강해지고 있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7% 하락했는데 최대 원인은 근로소득의 감소였다. 사업소득(-8.6%)도 줄었지만 근로소득은 무려 36.8%나 급감했다. 반면 소득 3분위, 4분위의 근로소득은 각각 4.7%, 14.2% 증가했다. 이는 양극화 심화가 경기침체 때문이라는 정부 분석이 설득력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득분위별로 영향이 판이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 하위 40% 가구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이 줄었고,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을 접는 바람에 근로소득이 급감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기초연금을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고,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이는 민간의 일자리를 늘리거나 최소한 보존할 수 있는 정책 기조로의 전환이 없는 한 앞으로 더욱 암울한 지표가 잇따를 것임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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