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부정 알고보니 아베 비서 소행… 알아서 기는 관료들 파문 기사의 사진
사진=AP뉴시스
일본을 강타한 통계부정 사태가 아베 신조(사진) 총리의 의중을 헤아린 공무원들의 ‘손타쿠(忖度)’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담당부처인 후생노동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 비서관을 지낸 나카에 모토야 현 재무성 관세국장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매월 근로통계’의 조사방법 변경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손타쿠’는 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아랫사람이 행동하는 것을 지칭한다. 우리말로는 ‘알아서 기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후생노동생의 통계부정 사태는 당초 전수조사를 하게 돼 있는 임금실태 등에 관한 근로 통계조사를 표본조사로 바꾼 것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이후 후생노동성의 늑장 보고 및 발표 지연에 따른 축소·은폐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나카에 당시 아베 총리 비서관의 개입이 밝혀졌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2015년 후생노동성은 6회에 걸쳐 ‘매월 근로통계’의 조사대상 표본을 바꾸는 전문가 회의를 개최했다. 통계조사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조사방법이 다른데, 30∼499명 규모 사업장의 경우 그동안 2~3년 단위로 전부 교체해 왔다. 이때 데이터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과거에 공표된 조사 결과를 하향 조정하는 보정 절차를 거친다. 이런 보정으로 2012~2014년 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바뀐 달이 여럿 나오자 나카에 당시 총리 비서관이 후생노동성에 조사방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임금 상승을 ‘아베노믹스’의 핵심 성과로 홍보해 왔던 아베 정권에는 불리한 통계이기 때문이었다.

전문가 회의에선 조사대상 표본 교체와 관련해 “지금처럼 2~3년 단위로 전부 교체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입장이 정리됐지만 막판에 “부분 교체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후생노동성 공무원이 회의를 이끌던 외부전문가 교수에게 ‘위원 외 관계자의 의견’으로 일부만 교체하자는 의견을 전달했고, 결국 지난해 1월부터 이 방식으로 통계조사가 시작됐다. 바로 ‘위원 외 관계자’가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아베 총리 비서관을 지낸 나카에 현 재무성 관세국장인 것이 이번 통계부정 사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추궁으로 드러났다.

나카에 관세국장은 20일 국회에 출석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통계조사 방법 개선을 위해 전문가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 개인적 생각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당시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후생노동성 공무원은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압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비록 아베 총리가 “통계조사 방법의 변경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여론은 이번 사태도 아베 총리의 사학 스캔들 때와 마찬가지로 손타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학 스캔들 당시 각종 특혜가 작용되고 재무성의 문서 조작까지 드러났지만 아베 총리는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정권에서 관료들의 과도한 손타쿠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번에도 후생노동성이 임금이 낮아지는 통계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하는 총리 관저의 뜻에 따라 표본을 바꾼 손타쿠 의혹이 짙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 관가에서 횡행하는 손타쿠의 배경으로 2014년 신설된 내각 인사국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내각 인사국은 국가공무원 인사관리의 전략적 중추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각 부처 간부 600여명의 인사를 관할한다. 이런 인사 시스템은 정치주도형 정책결정을 쉽게 만드는 반면에 총리의 뜻을 거스르는 간부들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내각 인사국이 생긴 이후 아베 총리의 정책에 신중론을 제기했던 간부들이 좌천되고 아베 총리의 스캔들을 막아낸 간부들은 승진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알아서 기는’ 공무원들만 살아남게 됐다.

앞으로도 일본 관가의 손타쿠는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과 맞물려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당초 2기(6년)로 돼 있던 자민당 총재 연임 기한을 3기(9년)로 바꿔 승리한 아베 총리는 최근 총재 연임 4기를 노리는 듯한 모습이다. FNN방송은 20일 ‘포스트 아베’로 두드러진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아베 4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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