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지난 22일 ‘여야는 속히 공수처를 신설하라’는 국민청원 답변에서 “시민사회, 정치권과 국민 모두 공수처를 원한다”며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못을 박았다. 이 청원에 30만3856명이 서명한 것에서 보듯 공수처 설치에 관한 국민적 관심은 뜨겁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9%(매우 찬성 48.3%, 찬성하는 편 28.6%)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조 수석 발언은 대국회 압박용이다.

국회의원을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못마땅하다면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법을 처리해 달라는 게 조 수석의 주문이다. 선출직 공무원을 포함한 행정부 고위 공직자 및 판검사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기본 방침에서 크게 축소된 공수처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그러나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가시적 성과가 없어 정부·여당으로서는 조급할 수밖에 없다.

조 수석 발언은 조속한 공수처 설치를 바라는 정부의 간절함을 대변한다. 국민청원이나 여론조사에서 보듯 정부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힘입어 국회 답변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법안 처리를 계속해서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는 명분을 확산시키려는 여론전이다.

국회가 국회의원을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건 명약관화하다. 여야가 모를 리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까지 조 수석 제안에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당은 국회의원이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돼 반대하는 게 아니고, 상설특검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수사 못하는 공수처는 필요 없다는 게다.

공수처를 설치하고자 하는 취지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자는 데 있다.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공수처와 유사한 제도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검찰 또한 받아들였다. 검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고 있다. 한국당이 국민 여론을 헤아렸으면 한다. 청와대도 ‘국회의원 제외’ 운운하는 식의 실현 가능성 없는 여론 떠보기용 주장을 그만두라. 법 통과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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