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상근] 통일한국, 교역허브로 기사의 사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7일과 28일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이번 회담의 대북제재 완화 수준에 따라 북한으로의 길이 열릴 것인지 아니면 현 상태의 유지가 지속될지 판가름 날 것이다. 이미 지난해 4월 27일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비롯해 경제협력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실제로 지난해 말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조사를 위해 북한 현지조사단이 파견됐으며 12월 26일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수식’이 있었다. 즉 이번 회담의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가 정치적 섬나라에서 벗어나 진정한 반도국으로의 도약을 꾀할 수 있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은 아시아 대륙 동북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태평양 서북부에 위치한 반도국이다. 대륙으로는 중국 러시아와, 해양으로는 일본 미국과 연결되어 있어 바다와 내륙을 잇는 반도국의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남북분단으로 지난 수십년간 대륙으로의 연결이 끊긴 채 사실상 섬나라의 면모를 유지해 왔다.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5년 대한민국의 대중국 수출은 수출중량 기준으로 해운을 통한 운송이 99.7%, 항공을 통한 운송이 0.3%로 나타났다. 유럽은 고사하고 바로 옆 나라인 중국과의 교역도 바다를 건너야 가능한 섬나라인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렇게 불리한 환경에도 대한민국은 수출 세계 6위의 명실상부한 무역국가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수출여건이 악화됐음에도 연간 수출액 6000억 달러를 돌파하였으며, 이는 전년 대비 5.5% 증가한 것으로 중국과 미국이 제1, 2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가지는 수치다. 또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68.76%로 반도체 석유화학 등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주요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진전을 보이고 있는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을 필두로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육로운송이 가능해지면 명실상부한 육상·해상·항공의 교역허브로 변모를 기대할 수 있다. 한반도의 물류체계 변화를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일, 한·중 간 해저터널을 포함하는 장기적 마스터플랜이 요구된다. 해저터널에 대해서는 이해당사국 모두 오랜 기간 개발 논의가 있었으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체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처럼 교역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사통팔달로 연결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각종 운송수단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다. 또한 대표적 중개무역국인 홍콩 싱가포르 네덜란드의 산업형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의 중심이 되기 위한 청사진을 갖고 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접경 무역도시는 중개무역뿐 아니라 홍콩처럼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와 같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남한의 K뷰티, K팝, 그리고 북한의 금강산, 백두산을 비롯해 한반도의 고유한 문화자산을 활용한다면 남북한의 관광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물론 위에서 나열한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진정한 ‘반도국’으로의 변환을 위해선 북한에 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남북 간 심각한 경제적 비대칭성으로 인해 분명 대한민국이 투자의 주요 자금줄이 될 수밖에 없다. 2014년 KDI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북한 경의·동해선의 현대화 비용이 4조원,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37조원의 비용이 예상된다. 이는 연간 예산의 최대 약 7~8%에 달하는 비용으로 향후 세수운용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는 지속된 외세의 침략으로 점철되어 왔다. 가까운 중국의 끊임없는 침략부터 일본의 잦은 노략질, 임진왜란과 한일합방의 아픈 기억들까지.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반도국’의 이점이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것을 방증해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과 향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가 세계의 사람과 물자를 잇는 진정한 교역허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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