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신종수] 정년연장 vs 청년실업 기사의 사진
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정년연장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정년연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청년실업 문제다. 정년이 연장되면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노동수요가 고정되어 있다고 보는 ‘노동총량설’에 따른 것으로 정년연장과 청년취업은 제로섬 관계에 있다는 관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나이 많은 직원들이 65세까지 눌러앉아 있으면 신입사원을 뽑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출이 계속 늘어난다면 몰라도 고정돼 있거나 줄어든다면 더욱 인건비 부담이 크다.

반면에 국내외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노동총량설의 오류를 지적해 왔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청년층이 고령층과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데 선진국들 사이에 상당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총량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변동하고 있고 청년층과 고령층의 일자리가 업종별, 직종별로 상당 부분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년연장이 경제성장과 청년의 취업기회를 늘린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정부의 2011년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년을 1년 연장하면 6년 후에 GDP가 약 1%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청년들의 취업기회가 늘어난다. 프랑스에서도 시니어들의 퇴직이 사회재정 부담만 늘리고 청년실업은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년실업은 정년연장보다는 경제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 우리도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는데 60세에 퇴직해 부양받아야 할 처지가 되면 사회는 물론 청년들에게도 부담이 된다. 경제활동 인구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집에서 놀거나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고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활동한다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청년들의 입장에서도 지금 당장은 취업이 어려울지 몰라도 몇십년 후 맞게 될 자신들의 정년도 연장되는 것이어서 기를 쓰고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일본은 법정 정년이 65세, 독일은 67세이고 고용 유연성이 확보된 미국 영국 등은 아예 정년이 없다. 그럼에도 지금은 우리 청년실업이 10%가 넘는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 문제다. 정년연장을 검토하더라도 청년실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적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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