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정태춘·박은옥 데뷔 40년 기사의 사진
오랜만에 접한 반가운 이름이었다. 정태춘. 그제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웬일인가 싶었다. 방송에 출연해서다. 도통 사람 앞에 나서길 꺼렸던 그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자 대중의 관심이 대폭발한 듯하다. 올해가 데뷔 40주년이어서 방송사에서 특별히 섭외한 모양이다.

그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리송하다. 데뷔 앨범 ‘시인의 마을’로 1979년 MBC 신인가수상을 수상한 가수임이 분명한데 ‘사회운동가’ ‘시인’으로도 불린다. 잘나가던 제도권 가수에서 사회운동에 헌신한 특이한 경력 때문이리라. 시집을 냈으니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노래 하나하나가 시인 까닭이다.

그는 88년 청계피복노조 주최 집회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계기가 돼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곡을 많이 썼다. 그런 곡 중 하나가 정수라의 최대 히트곡과 똑같은 제목의 ‘아, 대한민국’이다. 정수라가 노래한 대한민국은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롭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정태춘의 대한민국은 ‘거짓 민주 자유의 구호가 넘쳐흐르는 땅’이었다.

정수라 노래는 방송에서 귀가 따갑도록 보고 들을 수 있었지만 이 노래는 그렇지 못했다. 공연윤리위원회가 가사를 문제 삼아 수정을 지시하자 정태춘은 거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위헌소송 투쟁 끝에 마침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다.

그는 그냥 가수가 아니다. 부인 박은옥과 함께 노래운동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운동가이자 사전심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시대의 아웃사이더다. 데뷔 40주년을 맞아 사회·문화·예술계 인사 140여명이 ‘정태춘 박은옥 데뷔 4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까지 결성해 콘서트, 전시, 포럼, 학술, 출판, 영화 등 다양한 행사와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것도 그의 노래가 갖는 음악사적, 사회사적 의미가 남달라서다. 그가 영어로 노래했다면 밥 딜런에 앞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지 모른다.

정태춘과 박은옥은 각각 78년 앨범을 내고 데뷔했다. 그런데 부부가 함께 활동을 시작한 해가 79년이어서 올해를 40주년으로 삼았단다. 대중과 떨어져 지낸 시간 글쓰기와 가죽공예, 사진에 빠졌었다는 그를 올해는 자주 볼 수 있을 듯하다. 40주년을 맞아 새 앨범 ‘사람들 2019’도 낸다. 그의 음악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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