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입 30% 이상 써도 ‘지옥고’, “구치소 독방도 방음 된다더라” 기사의 사진
“집의 변기가 얼었던 적 있어요? 겨울엔 드라이기로 변기를 녹인 뒤에 용변을 봐야 했어요.”

오랫동안 옥탑방 생활을 했던 손수영(가명·25)씨가 말했다. 여름엔 너무 더워서 선풍기 2대를 틀어도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인 고시원으로 옮겼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누우면 남는 공간이 없을 정도로 좁았다. 손씨는 “화장실에 가려면 냉장고와 벽 사이 좁은 틈을 게걸음으로 지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지원(가명·28)씨는 1.5평짜리 고시원에 산다. 건물관리인이 난방을 통제하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추위에 떨 때가 많다. 환기가 안 돼 군데군데 곰팡이가 슬었고, 방음이 안 돼 옆방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씨는 26일 “3평짜리 구치소 독방도 난방에 방음까지 된다더라”며 “죄인보다 못한 곳에서 산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괴감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 특성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1인 청년가구 중 22.6%는 주거빈곤에 시달린다. 서울의 수치는 37.2%까지 치솟는다. 전체 주거빈곤율(12.0%)의 3배 수준이다. 주거빈곤이란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나 컨테이너·비닐하우스 등 최저 주거 기준(1인당 12㎡)에도 못 미치는 곳에 사는 것을 의미한다.

민병율(가명·26)씨는 “방에 취사시설을 둘 수 없어 거의 매일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했다. 취준생 강종윤(가명·25)씨는 “싸고 좋은 집을 찾는 건 이미 포기했다”며 “친구들도 모두 이번 생은 글렀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대들이 주거빈곤에 시달리는 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은 주거비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월세 사는 30세 이하 청년들은 월 소득의 34.2%를 주거비로 쓰고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RIR)이 25~30%가 되면 정부가 주거비를 지원해준다. 대학생 이치열(가명·24)씨는 “젊을 땐 열악한 집에서 살아도 된다는 일부 기성세대들의 인식이 야속하다”며 “그러기엔 청년들의 삶이 너무나 고달프고 슬프다”고 말했다.

공공주택이나 기숙사 공급 확대가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일단 입주 조건이 까다롭다. 회사원 정모(25)씨는 “공공주택에 들어가려고 수차례 지원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며 “대부분 소년가장이나 차상위계층 몫이라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20대는 들어가기 힘들다”고 했다. 민씨는 “집도 차도 없이 알바로 월 70만원 버는데 학원비 빼면 40만원도 안 남는다”며 “공공주택 입주 자격은 되지만 2000만~3000만원 하는 보증금을 지불할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일부 20대들은 법으로 최저 주거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놨다. 조시현(26)씨는 “최저시급이 있는 것처럼 주거에도 최저 주거선을 정해놓고 그 기준을 충족하는 집을 늘려야 한다”며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 집주인이 맘대로 주거비를 올리지 못하게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이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나선 지자체도 있다. 그러나 청년에게 싼 임대료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지역주민이나 원룸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막히는 경우도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확 낮추면 시공사들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려 하고, 도시계획위원회 등에서 난개발 방지나 도시 관리 등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취재·기사 작성=장수윤 정유건 조민재, 도움=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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