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터무니없이 비싼데 기숙사 막다니… 학생이 돈줄입니까?”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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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허름한데 월세는 터무니없이 비싸요. 원룸 주인들은 학생을 돈줄로만 보는 것 같아요.”(22세 대학생 김필수씨) “높은 등록금 때문에 알바에 허덕입니다. 원룸 주인들이 월세 올리고 대학 기숙사 확충도 막는 걸 보면 너무 속상합니다.”(23세 대학생 전효성씨) “지방대에 다니는데 기숙사 정원이 턱없이 부족해 자취를 합니다. 방값이 너무 비싸 부모님께 손 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막막해요.”(24세 대학생 민경효씨)

부동산 중개업체 다방이 지난해 7월 조사한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가는 52만원이다. 청년들은 이 돈을 마련하려고 알바를 하거나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 이게 힘들어지면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로 밀려난다. 한국도시연구소가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2015년) 결과를 토대로 조사한 서울시내 최저 주거 기준 미달률을 보면 관악구(42.7%, 서울대) 동작구(30.0%, 중앙대 숭실대) 성북구(29.3%, 고려대 국민대 성신여대) 동대문구(25.8%, 경희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등 주요 대학 밀집 지역이 특히 높다. 대학생 최민희(22)씨는 26일 “투룸에 벽만 세워놓고 원룸처럼 꾸민 반지하방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라며 “원룸업자를 보면 화가 나지만 학교를 다니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일부 대학 주변 원룸 주인들은 계약기간의 월세를 한꺼번에 받는 이른바 ‘깔세’를 조건으로 방을 임대한다. 방학에 고향으로 내려가 방을 빼는 걸 막기 위해서다. 충북 제천 세명대, 강원도 강릉 강릉원주대 강릉캠퍼스, 전북 익산 원광대 주변 원룸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방을 내놓는다. 세명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원룸 가격 인하를 촉구하는 ‘반딧불 시위’를 벌였다.

‘기숙사 입성’이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이지만 각 대학이 보유한 기숙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4년제 일반대 185곳의 공시 정보를 분석,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분석 대상 대학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21.5%다. 땅값 비싼 서울의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7.2%였다. 제주도 출신인 현유진(21)씨는 서울 4년제 대학에 합격했지만 기숙사에 떨어져 자취를 했다. 현씨는 “기숙사에 못 들어가면 비싼 월세를 감당하는 것 외엔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기숙사 합격이 효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학생들은 기숙사 확충을 요구하지만 원룸업자들이 반대하는 경우도 많다. 고려대는 2013년 학교 부지에 1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지을 계획이지만 인근 주민들이 “1990년대부터 주민들이 써온 공원”이라며 막았다. 한양대는 2015년 1990명을 수용할 기숙사 건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민 반대에 발목이 잡혀 아직 답보 상태이고, 총신대 역시 인근 주민이 ‘환경 악화’를 이유로 기숙사 신축을 막았다.

일부 대학은 기숙사를 아예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지었다. 성균관대는 동대문과 창경궁 인근, 국민대는 미아뉴타운, 동덕여대는 종암동 주변에 기숙사를 건립했다. 대학생 최효빈(21)씨는 “학생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대학에서 기숙사를 지으려 해도 원룸 주인들의 반대로 못 짓는 경우가 있다”며 “임대사업자 생계 보호를 위해 학생 주거복지는 침해받아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20대들은 셰어하우스나 룸셰어, 하우스메이트 등 주거 공유 공간 확충을 대안으로 내놨다. 심규리(20)씨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셰어하우스나 기숙사 건립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재현(27)씨는 “정부가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원룸 공급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냈지만 실효성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며 “아예 원룸 거주 청년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취재·기사 작성=원수빈 정미라, 도움=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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