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가장 즐기며 관전한 건 아마 여당 사람들일 것이다. 내년 총선은 이미 이겼다고 자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당대회는 그만큼 실패작이었다. 보수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로 회귀하는 목소리만 넘쳐났다. 5·18 폄훼 논란의 장본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탄핵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됐으며, 보수 지지층의 극히 일부인 태극기 부대가 제1야당의 최대 행사를 주무르더니 극우 성향을 드러낸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정권을 잃은 뒤 2년이란 시간을 사실상 잃어버린 채 한국당은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쇄신은 이제부터 해나가야 할 판이다. 당내 극우세력과 계파의 문제, 보수진영 분열의 문제, 성큼 다가올 총선의 문제, 이 모든 것에 앞서 국민에게 제시할 비전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가치 설정의 문제 등을 풀어야 한다. 황교안 대표는 험난한 시험대에 섰다.

세 가지 조언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한국당을 합리적인 목소리가 힘을 발휘하는 집단으로 바꿔가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보수란 이름은 심하게 왜곡돼 있다. 극단적 우익의 논리를 대변하는 포장지가 돼버렸다. 한국당은 실패한 과거와의 결별에 다시 실패하면서 그 중심에 서고 말았다. 바로잡으려면 당에서 나오는 주장을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다듬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국민에게 정권을 맡겨 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처지인데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일터인 국회에서 보이콧 정당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정권이 실정을 한다 해도 그에 맞서온 한국당의 방법 역시 크게 잘못됐다. 민생 정당은 말이 아닌 일로 얻는 이름이다. 셋째, 보수는 자유주의·민주주의·공화주의의 견고한 틀 안에서 국민의 삶을 위해 정부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가치체계다. 그 지향점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가 반영된 것이어야 한다.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안보와 경제의 두 축에서 현재 패러다임이 바뀔 만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상황의 급변과 4차 산업혁명이 불어닥친 경제 현장의 긴박함을 국민은 절감하고 있다. 한국당은 과연 어떤 방향을 제시할 것인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황 대표 체제의 한국당에 가장 필요한 자세는 위기의식일 것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합리적 보수 정당이란 평가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지난 몇 차례 선거보다 더 뼈아픈 상황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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