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회, 과거사에 무릎 꿇고 화해의 미래를 간구하다

[3·1운동 100주년과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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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친선선교협력회 소속 일본 목회자와 평신도, 선교사들이 27일 경기도 화성 제암교회에서 제암리 학살사건을 자행한 조상들을 대신해 큰절을 하며 용서를 빌고 있다. 화성=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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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을 이틀 앞둔 27일 일본 기독교인들이 선조의 만행을 고백하고 사죄했다. 한국을 찾은 이들은 지난날의 비극을 인정하고 한·일 양국이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목회자와 평신도, 선교사 10여명으로 이뤄진 일한친선선교협력회(회장 오야마 레이지 목사) 방문단은 이날 경기도 화성 제암교회(최용 목사)를 찾아 ‘사죄와 화해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1960년대부터 제암교회에 사죄방문을 해온 오야마 레이지(92) 목사는 올해도 방문단과 함께 26일 입국했다.

기도회에서는 3·1운동이 전국으로 퍼지며 발생한 비극인 ‘화성 제암리 학살사건’에 대한 사죄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제암리 학살사건은 1919년 4월 15일 일본군이 화성 지역 만세운동에 가담한 제암리 주민 20여명을 교회에 가둔 뒤 학살한 사건이다. 일본군은 제암리와 인근 마을 주민들도 차례로 살해했다. 이 사건은 사망한 주민들의 장례식을 주도한 한 선교사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오야마 목사는 63년 제암교회를 처음 방문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제암리 학살사건을 처음 접한 후 일본인도 이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년 뒤 대학생 10여명과 함께 희생자들의 유족을 찾아갔지만 끝내 거절당했다”고 말할 땐 눈시울이 붉어지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오야마 목사는 일본교회 지도자들에게 제암리 학살사건을 소개하고 제암교회 및 제암리 화성 3·1운동순국기념관을 재건하기 위한 모금에도 앞장섰다.

오야마 목사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를 회복하는 데 기독교인이 앞장서자고 권면했다. 그는 “일본 정부와 정치인은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며 사과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날의 잘못을 사과하는 일본 기독교인이 있다는 걸 한국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신범 제암교회 원로목사는 “일본 기독교인이 다녀간 후 희생자들의 유족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제암리 화성 3·1운동순국기념관이 세워졌고 제암교회도 건강하게 거듭날 수 있었다”며 “독립을 외쳤다고 마을이 송두리째 없어진 비극은 인류 역사에 다신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두 목회자는 강대상 앞에서 손을 맞잡았고 오야마 목사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이날 화성시청에서 서철모 시장과 면담한 뒤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로 이동해 ‘한·일교회 협력을 위한 사죄예배’에 함께 참석했다. 오야마 목사는 설교에서 “일본은 한국인의 나라와 땅, 생명과 이름 등을 빼앗았다”며 “여러분의 조상을 고통에 빠뜨린 데 대해 아무리 사죄의 말씀을 드려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오야마 목사와 방문단은 제암교회에 이어 이곳에서도 함께 일어나 사죄의 의미로 허리를 굽혔다.

서울 남대문교회(손윤탁 목사)에서도 100년 전 만행을 참회하는 일본 목회자의 고백이 이어졌다. 일본그리스도교회(CCJ) 총회장 히사노 신이치로(삿포로 고토니교회) 목사는 이날 오후 남대문교회 삼일(3·1)기도회를 찾아 “일본이 한국 및 여러 아시아 나라에 행한 침략과 억압의 역사, 저항하는 데 게을렀던 일본교회의 죄책을 기억한다”며 “주님 앞에서 억압당한 이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히사노 목사는 ‘일본교회와 함께 드리는 예배’로 진행된 기도회에서 ‘화평케 하는 사람’이란 주제로 설교했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양국 간 대립이 깊어지는 장면을 보며 말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CCJ는 1969년 야스쿠니신사를 정부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법안은 폐기됐지만 50년이 지난 지금도 재추진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고 진솔한 사죄로 화해를 향해 나아가도록 계속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사회에서 사죄를 이야기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라고 고백했다. 히사노 목사는 “‘화평케 하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성경 말씀에 힘입어 평화를 위해 단절과 대립을 끝내고 함께 걸어가자”고 제안했다. CCJ에는 성도 1만여명, 30여 교회가 소속돼 있다.

양민경 기자, 화성=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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