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배병우] 文 정부는 올 연말을 두려워해야 한다 기사의 사진
최저임금 ‘눈덩이 효과’, 주휴수당 공식화, 통상임금 확대 등 올해 고용시장에 4중, 5중 악재
내수 부진에 수출 하강도 겹쳐 낙관론 근거 없어…
경기 개선 이미 늦었지만 최저임금 동결 신호라도 보내 피해 줄여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분배 지표 수치가 악화된 것을 보고 밤잠을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2018년 4분기 소득 부문 가계동향조사가 발표된 다음 날이다. 언론사 댓글에는 ‘이런 통계수치가 나올 줄 몰랐단 말이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고 김 실장에게 조언하고 싶다. 앞으로 더 험악한 통계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종 암울한 경제지표의 중심에는 일자리 감소가 있다.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5.5배로까지 확대된 ‘소득분배 참사’는 ‘일자리 대란’과 동전의 양면이다. 그럼 일자리 대란의 원인은 뭔가.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요인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 폭 급락과 실업자 폭증 등 이번 정부 들어 나타난 고용 추세선의 단절은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요인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이를 더욱 명확히 보여줬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36.8%가 줄었는데 4분위(소득 상위 20~40%), 5분위(소득 상위 20%) 근로소득은 각각 4.7%, 14.2% 증가했다. 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시·일용직 중심의 저소득층은 일자리 자체를 잃은 반면 대기업 취업자와 정규직 등 ‘일자리 기득권자’들은 연쇄적인 임금 인상의 과실을 누렸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과 경직적 주52시간제의 후폭풍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본게임은 사실 이제부터다. 수치만 보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로 지난해(16.4%)보다 낮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가 훨씬 클 것이다. 일단 최저임금 수준 자체가 대기업도 부담이 될 만큼 높아졌다. 현대기아차 그룹 일부 계열사까지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10.9%가 추가 인상됐다. 눈덩이가 덩치를 불리며 언덕을 굴러 내려가는 꼴이다.

주휴수당(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추가로 하루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올해부터 사실상 법규화 내지 ‘공식화’된 점도 고용에 악재다.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4.2%가 ‘주휴수당을 주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제 이들은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직원 수를 줄이는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던 업주들에게 올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가 아니라 33%다.

정부의 근로감독이 강화되는 데다 국민들의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도 크게 높아졌다. 최저임금 이하로 지불하는 암묵적인 근로계약이 불가능해졌다. 피고용자가 언제든 신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건비 압박에 직면한 고용주가 근로시간 단축과 고용 감축을 선택할 공산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여기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계속 확대해서 해석하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젠 대기업도 인건비 부담에 숨이 찰 정도다.

이처럼 고용시장에 4겹, 5겹의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다. 경기가 활황이라도 이를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수 부진에 수출까지 석 달 째 감소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질 좋은 민간 일자리가 집중된 제조업에서 취업자가 17만명이나 감소했다. 반도체 쇼크에다 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의 영향이 크다. 수출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절반가량을 담당했다.

이런 데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수출과 소득분배지표가 하반기부터 나아질 것이라고 한다.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과 정부의 재정 일자리 사업,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이 차츰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한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취임 전부터 올 하반기부터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해 왔다.

홍 부총리가 가장 믿는 구석은 재정 투입인 듯하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과 경기 침체에 직면한 민간 기업들이 계속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종업원을 잘라낸다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급조한 ‘세금 일자리’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번 정부 들어 일자리 관련 예산으로 54조원이 투입됐지만 역대 최악의 소득분배 성적표를 받은 게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경기와 일자리의 흐름을 바꾸기는 이미 늦었다고 한다. 지난해 장하성 전 정책실장을 경질할 때가 마지막 기회였는데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의 지속을 선택했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다.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률을 연간 물가상승률 수준인 2% 이내로 묶는다면 시장과 기업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가능성이 있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김 정책실장이 밤잠 설치지 말고 해야 할 급선무가 이것일 것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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