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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에서] 손주 공유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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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담배를 하루 15개비씩 꾸준히 피우는 것만큼 사람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어떤 학자는 비만이나 운동부족보다 몸에 더 해롭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쥐를 갖고 실험했더니 고립된 환경이 종양 발병 가능성을 135%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을 방증하듯 외톨이 생활자의 평균수명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15년쯤 짧다고 한다. 지중해의 이탈리아 섬 사르데냐는 100세 노인 비율이 웬만한 유럽 지역의 6배나 된다. 이 섬의 의료통계학자 지아니 페스는 장수 배경을 설명하며 “사르데냐 노인들은 매우 사교적이고 사별해도 금세 재혼하기에 혼자 사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마을 효과’라고 명명한 건 심리학자 수전 핀커였다. 뭐든 가족·이웃과 함께해 외로울 틈이 없는 사르데냐 생활방식이 아켄타노스를 현실화했다고 분석했다. 아켄타노스는 100세 장수를 기원한다는 뜻의 사르데냐 말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벤처기업 파파는 사르데냐의 장수 비결을 헬스케어 사업에 도입했다. SNS에 많은 ‘친구’가 있어도 사람들이 여전히 외로워하는 건 대면접촉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핀커는 말한다. 마을 효과의 필수조건은 얼굴을 마주보고 나누는 교감이었다. 파파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플랫폼 공유경제를 추구하는 IT기업인데, 그들이 첨단기술로 개발한 것은 ‘손주 공유 서비스’였다. 필요할 때 차를 보내주는 우버의 차량 공유 서비스처럼 혼자 사는 노인이 파파 앱에서 ‘손주의 방문’을 신청하면 손주뻘 대학생이 집으로 찾아온다. 함께 수다를 떨고 산책을 하고 장을 보면서 노인은 1시간에 17달러를 지불하고 학생은 10달러를 받아간다. 서비스의 목적은 단 하나,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이며 파파는 그 수수료로 시간당 7달러를 받을 만하다고 본 것이다. 보험업계도 인정했다. 보험사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는 이런 서비스의 비용이 보장되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보편화된 간병보험처럼 노년의 외로움에 대비해 ‘고독보험’ 하나쯤 당연하게 가입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이 교감할 때 우리 신체에는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같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즐거운 감정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어 ‘행복호르몬’이라 불린다. 반려동물을 대할 때도 이런 호르몬이 만들어진다. 2015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일본 연구팀의 논문은 강아지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는 동안 인체의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미국 미주리대학 연구팀은 15분간 반려견과 노는 실험을 통해 세로토닌 분비량 증가를 확인했다. 그렇다면 우리 일상에 성큼 다가온 로봇은 어떨까? 이스라엘 기업은 반려로봇 엘리큐를 개발해 올해부터 시판하려 한다. 가격은 1500달러(약 167만원)로 책정됐다. 기존 인공지능과 다른 점은 움직임에 있다. “지금 몇 시야?” 물으면 얼굴에 해당하는 부위를 앞으로 기울이며 “4시네요”라고 답한다. 강아지 눈을 쳐다보듯 엘리큐를 응시하면 센서로 인식해 얼굴 부위의 조명이 환해지면서 마주본다. 사람과 대화할 때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낼 확률도 높였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노인 100명을 상대로 엘리큐가 과연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지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시험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학자들은 로봇이 호르몬 분비를 유도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현재로선 없다고 말한다. 반려동물은 교감이 가능한데 함께할 수 있는 일상의 범위가 제한돼 있고, 로봇이 교감능력을 가질 만큼 똑똑해지거나 인체 신경기능이 로봇에 적응하기 위해선 긴 세월이 필요할 테니, ‘치명적 외로움’을 예방하려면 결국 사람과 부대끼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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