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기사의 사진
유관순(1902~20) 열사는 3·1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1919년 열일곱의 나이로 천안 아우내장터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후 체포됐고 이듬해 9월 고문 후유증으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1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3.9%가 유 열사를 꼽았다. 다음으로 14.0%가 대한독립만세(운동), 9.5%가 독립·해방·광복이라고 답했으니 단연 1위다.

정부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유 열사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서훈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훈장은 대통령과 우방 국가원수 등에게 수여하는 무궁화대훈장을 비롯해 총 12종이 있는데 건국훈장은 독립유공자 등 대한민국 건국에 공로가 뚜렷한 자에게 수여된다. 공적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최고 등급이 대한민국장이다. 그 뒤로 대통령장, 독립장, 애국장, 애족장이 있다.

유 열사는 1962년 204명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해 훈장을 수여할 때 독립장에 추서됐다. 옥중에서도 죽음을 불사하며 독립만세를 외쳤고 상징성을 고려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 있는 등급이다. 등급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동일한 공적에 대해 훈장을 거듭 수여하지 않는다는 상훈법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정부는 우회로를 택했다. 광복 이후 국가 이미지 향상과 국민 애국심 고취 등에 기여한 공로를 추가해 독립장과 별도로 대한민국장을 추가 수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은 독립 유공자는 30명이다. 1949년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부통령 이시영을 시작으로 김구 안창호 김창숙 김규식 안중근 윤봉길 손병희 서재필 김좌진 이준 등이 시차를 두고 서훈됐다. 임시정부를 이끌었거나 3·1운동을 주도한 인물, 목숨을 바쳐 일제에 항거한 순국선열 등 독립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이다. 유공자들을 기리고 후손들을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다. 유 열사에 대한 서훈 승급으로 같은 요구가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규정을 내세워 손사래 칠 일이 아니다. 훈장 등급은 유공자에 대한 역사적 평가이기 때문에 공적을 공정하게 평가해 합당한 등급을 부여하는 게 마땅하다. 공적 평가가 잘못돼 있다면 바로잡는 방안을 찾는 게 선열들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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