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독립선언, 세계에 전해 달라” 3·1운동 직후 기독 여학생, 윌슨 대통령에 호소의 편지

[3·1운동 100주년과 한국교회] 미국북장로교 자료집서 기록 확인

“한민족 독립선언, 세계에 전해 달라”  3·1운동 직후 기독 여학생,  윌슨 대통령에 호소의 편지 기사의 사진
우드로 윌슨 미국 28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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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로 윌슨 대통령님. 한국은 일본에 강제 합병됐습니다. 우리의 자발적인 뜻으로 된 일이 아닙니다.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길 원합니다.”

3·1운동이 있은 지 불과 아흐레 후인 1919년 3월 10일 한국의 기독인 여학생들이 일제의 감시를 피해 미국 윌슨 대통령과 파리강화회의 참석자들에게 조선의 독립을 도와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쓴 사실이 확인됐다. 이 편지는 미국북장로교 산하 장로교역사학회(Presbyterian historical society)가 1972년 펴낸 ‘한국 3월 1일 독립운동’이라는 자료집에 실려 있다. 미국북장로교는 3·1운동과 관련해 선교사들이 본국 선교부로 보낸 자료를 묶어 2000쪽에 달하는 책 두 권을 발간했다. 책에는 1919년을 전후해 한국에서 발표된 성명서와 편지, 각국 신문 기사 등 방대한 자료가 수록돼 있다.

편지에는 1919년 8월 22일 미국북장로교 선교부 총무였던 AJ 브라운 박사가 받았다는 확인 도장이 찍혀 있다. 변창욱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28일 “편지의 내용은 절절한 호소를 담고 있다”면서 “여학생들이 직접 쓰고 선교사들이 각지로 발송한 걸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다만 편지가 실제 윌슨 대통령을 비롯한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신들을 ‘한국의 여학생들’(Korean School Girls)로 소개한 이들은 “우리 소녀들은 (일제에 의해) 수치스러운 대접을 받고 있다”면서 “이런 억울함을 어디에 말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모든 민족이 자유를 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우리도 독립을 선언했지만 이로 인해 구타당하고 감금당했으며 칼과 쇠 갈고리, 총검에 찔리고 집은 불탔다”며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에 대한 이해와 3·1운동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심지어 주일에 교회에 갈 수도 없고 일경이 기독교인인 걸 확인하면 죽이기도 한다”고 썼다.

학생들은 “편지가 파리평화회의에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 우리의 편지를 읽는다면 주님이 그 마음을 움직여 듣게 하실 것을 믿는다”면서 이 문장을 ‘아멘’으로 마무리했다. 편지는 “우리는 위대한 미국의 윌슨 대통령을 아버지로 여긴다”면서 “독립선언을 듣고 세계에 이 기도를 전해 달라”는 내용으로 끝맺었다.

학계는 일제의 감시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이런 편지를 작성해 해외로 발송했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한다. 한강희 한신대 외래교수는 “장로교 계통 미션스쿨에 다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학생들은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던 세계 질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소문 성격의 편지를 작성해 독립을 원하는 민족의 뜨거운 열망을 세계에 알리려 했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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