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주중·주일 대사의 자격 기사의 사진
한국은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무역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으로 외교가 특히 중요한 나라다. 그중에서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대국 외교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외교의 근간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국제 감각이 탁월한 사람으로 외교관들이 꼽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4대국 외교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4대국 모두와 우호와 친선의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 단 한 나라와도 적대하면 그 나라가 우리나라를 잘 되게는 못할지라도 우리를 해코지할 힘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이는 4대국에 파견되는 대사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4대국 대사라고 특별한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국들은 자국에 나오는 한국 대사가 대통령에게 의견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정권 실세이거나 외교 경험이 풍부하고 해당국 사정에 정통한 인사라는 2가지 조건 중 최소한 하나에는 부합되기를 원한다고 한다.

대사의 언어 능력도 관건이다. 2017년 10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정부 초대 4대국 대사들이 외교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채워졌다”면서 영어나 현지어 중 반드시 하나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여권 인사들은 “외교관 출신만 대사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초대 4대국 대사 교체에 나선 지금, 반 전 사무총장의 말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국 언어는 물론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대사 상당수가 겉돌거나 심하면 ‘고립’돼 교섭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차기 주중(駐中) 대사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유력하다고 알려지면서 주요국 대사 자격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장 전 실장은 외교 경험이 전무할 뿐 아니라 중국과 아무 인연이 없다. 중국어도 할 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쪽에서도 중국 사정을 전혀 모르는 데다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는 사람을 대사로 보낸 데 대해 내심 불쾌하게 여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기 주일(駐日) 대사로 유력한 남관표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1990년대에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으로 근무한 게 유일한 일본과의 인연이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실세도 아니다. 정부가 최악에 처한 한·일 관계를 회복시킬 의사가 없다는 신호로 일본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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