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답방, 종전선언, 평화협정, 남북 경협 차질 불가피해… 국익 최대화 위해 대미·대북 전략 정교하게 짜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사실상 외교적 참사로 끝났다. 대단한 성과를 기대했던 한국과 북한, 미국에 적잖은 정치·외교적 부담을 안긴 회담이 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사전에 핵심 쟁점에 합의하지 못한 채 강행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차라리 열리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는 비관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이 회담 재개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회담이 언제 열릴지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재개는 빠를 수도 있고,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은 재개 시점의 방점이 후자에 찍혀 있는 듯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회담 재개의 공을 넘긴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드러난 것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은 마냥 늦춰질 수 있다. 북·미가 만족할 만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순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남북 경제협력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빈손으로 헤어진 것은 일정 기간 남한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의 중재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냉엄한 국제현실 속에서 국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대미·대북 전략을 짜야 한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뒤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려는 듯한 언행은 지양해야 한다.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호응을 얻기 어려운 요구를 하는 것은 국면 전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 상황은 김 위원장을 설득하고, 또 설득하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때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군사훈련 축소 문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강도 높은 한·미 군사훈련이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비핵화 조치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한·미 군사훈련 카드를 무력화시키면 곤란하다. 북한의 비핵화 수준에 따라 군사훈련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낙관적인 전망과 감성적인 민족 우선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남북이 공동 번영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반대할 ‘한민족’은 한 명도 없다. 이러한 번영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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