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오랜 세월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집단행동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유치원 개학이 임박해 개학 연기를 강행한 시점, 회원들에게 동참을 종용한 정황, 폐원 투쟁까지 예고한 기자회견을 보면 에듀파인 적용을 저지하려 작심하고 나선 듯하다. 혼란에 빠진 학부모는 분노했다. 한유총의 횡포를 막아 달라는 청원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이익을 취하는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타협은 또 다른 집단행동을 부를 뿐이다. 정부는 법이 허용하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 불법적인 행동을 엄벌하고 투명한 회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1995년 결성된 한유총은 매번 이런 식으로 이익을 챙겼다. 2002년 공립유치원 확충 저지, 2004년 유아교육법 입법로비, 2012년 회계정비 저지, 2016년 재정지원 확대 요구, 2017년 회계감사 강화 저지에 번번이 성공했던 건 원생을 볼모로 삼은 결과였다. 그로 인해 유아교육은 기형적 구조가 돼버렸고 유치원 비리는 9대 생활적폐에 포함됐다. 정부와 한유총의 대화를 촉구한 일부 야당의 주장은 기계적 양비론에 가깝다.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 주장은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그것을 몰수하려는 게 아니라 매년 2조원 넘게 혈세가 투입되니 회계를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고, 이를 위한 에듀파인 적용에 국민 80%가 찬성한다. 한유총이 에듀파인을 사실상 거부하는 것은 예산을 계속 빼먹도록 뒷문을 열어 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런 주장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유치원 대란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가 대화란 이름 아래 그들의 요구를 들어줬기 때문이다. 오랜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가 됐다.

보살핌 받을 아이들의 권리가 흥정수단으로 전락했다. 한유총은 당장 집단행동을 철회하라. 정부는 아이와 학부모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사립유치원의 불법 행동에 강력히 대응해 고질적인 행태를 근절하라. 국회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지지하는 유치원 3법이 진즉 처리됐다면 법적 근거가 명확해 한유총도 이렇게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패스트트랙이란 미명 아래 발이 묶여 있는 법안을 이제라도 속히 통과시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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