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합의문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양국 정상이 빈손이니 뚜렷하게 기억할 만한 게 없다. 굳이 찾자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흡연 장면 정도일까. 김 위원장은 열차를 타고 하노이로 가면서 지난달 26일 새벽 중국 난닝 역사(驛舍)에서 잠시 휴식했다. 이 때 담배 피우는 모습 등이 일본 매체의 카메라에 잡혔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먼 길 나선 김 위원장의 심정과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그가 흡연할 때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받쳐 든 모습은 매우 낯설어서 인상적이었다. 최고지도자의 생체정보 기밀을 위한 거라지만 현재나 앞으로 다시 보기 쉽지 않을 듯하다. 북한 사회에 대한 격세지감은 담배와 재떨이가 지천이었던 과거 우리 사회로의 추억여행을 자극한다.

어렸을 적인 1960년대 시골에서 담뱃대로 담배를 뻐끔거리는 노인들의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담뱃대는 장죽이나 짧은 곰방대였는데 곰방대가 훨씬 많았다. 노인들은 끽연을 마치면 마른기침과 함께 칙칙하게 때가 앉은 놋쇠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었다. 담뱃대 머리격인 쇠로 된 대통의 구멍을 아래로 향하게 해서 재떨이에 “깡 깡 깡” 부딪혔다. 마루에서 뻐끔거릴 경우 마지막엔 대통을 댓돌 옆구리에 “탁 탁 탁” 두드려 담뱃재를 토방으로 털어내곤 했다. 한국경제의 고도 성장기인 70~80년대 기업 사장실이나 정부기관 간부 사무실 등에는 유리 또는 크리스털로 만든 두꺼운 재떨이와 조화롭게 모양낸 가스라이터가 위용을 자랑했다. 힘깨나 쓰고 돈깨나 쓴다는 사람들의 활동 공간에 여유의 상징 같았다. 종종 화풀이나 상대를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재떨이를 던지는 위정자도 있었다. 97년 개봉된 방화 ‘넘버 3’에서는 재떨이를 무지막지하게 사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조직폭력배 ‘재떨이’(배우 박상면 분)가 등장한다.

국민건강증진법이 95년 제정된 이후 법 개정이 거듭되면서 실내흡연은 물론 실외흡연 장소를 찾기 어렵게 됐다. 재떨이도 휴대용으로 진화해 일상에서는 종적을 감춘 상태다. 흡연과 간접흡연이 똑같이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결과로 인해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의 갈등도 첨예해지고 있다. 갈등을 줄이려면 흡연자는 때와 장소를 가리고 휴대용 재떨이를 사용하는 에티켓이 필요할 듯싶다. 그러면 북한 사회상과는 또 얼마나 멀어질까.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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