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첫날 학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갔다. 초등학교 입학생들에게도 마스크가 씌워졌다. 새봄을 맞아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은 운동장에 나오지 못하고 교실에 갇혀 지냈다. 창문도 열지 못했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때문에 숨도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달 20일 이후 미세먼지에 시달리지 않은 날이 딱 하루뿐이었다. 4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30㎍/㎥로 매우 나쁨(76㎍/㎥ 이상) 기준의 두 배에 육박했다. 경기도 부천의 경우 한때 196㎍/㎥를 기록했다. 봄철 편서풍을 타고 중국의 오염된 공기가 날아오고 황사까지 겹칠 경우 재난이나 다름 없다.

정부는 연일 수도권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고 있다. 공공기관 차량만 2부제, 2.5t 이상 5등급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석탄 화력발전 출력 20% 감축, 일부 사업장 단축 운영 등의 조치 등이다. 하지만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미 확인됐다.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는 소리를 듣기 싫어 그야말로 시늉만 내고 있는 모습이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폐렴·폐암은 물론 심근경색·부정맥·뇌졸중·치매 증상을 유발한다. 지금 당장은 미세먼지가 북핵보다 더 우리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손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 미세먼지 관련 정책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멕시코시티는 오염산업의 외곽 분산, 차량 운행 제한 등 고강도 정책으로 미세먼지를 71% 줄이는 데 성공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전국민 대상 차량 2부제든, 노후 경유차 운행 전면 중단이든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화력발전소를 비롯한 대기오염 물질 배출 시설 가동을 대폭 또는 전면 제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손실이 있더라도 감수해야 하고 필요하면 탈원전 정책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가 여전히 심각하다면 당당히 중국에 책임을 묻고 대책을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 중국 베이징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257㎍/㎥를 기록하는 등 사흘째 대기오염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분노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환경부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상황만 점검하는 수준에 그쳤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 미세먼지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환경부장관 수준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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